[미디어펜=이원우 기자]국내 핀테크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규제 혁파’를 강조했다. 5G 모바일 시대와 함께 개막된 핀테크 시대는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에 새로운 기회이지만, 적기를 놓치면 국가 경제적으로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는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도 도출됐다.

미디어펜이 ‘2019 크리에이티브비전 포럼’을 25일 오전 9시부터 약 3시간에 걸쳐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개최했다. 

   
▲ 미디어펜이 ‘2019 크리에이티브비전 포럼’을 25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사진=미디어펜

‘핀테크와 한국금융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약 300명의 정관계, 재계, 학계 인사들이 참석해 지식의 향연을 펼쳤다. 각 분야 경제 전문가와 실무자들은 현 정부의 핀테크 정책을 진단하고,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비전포럼 개막식에는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를 비롯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등 정관계 인사와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를 대표하는 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영상 축사를 통해 “우리 핀테크 산업이 더 이상 뒤처지지 않도록 규제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미디어펜

이후 진행된 강연에서는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전길수 금융감독원 IT‧핀테크 전략국 선임국장, 주동원 자이냅스 대표 등이 연사로 나섰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미래금융센터장, 문종진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등은 토론자로 나섰다.

참석자들은 행사 시작 전인 오전 8시 30분경부터 행사장에 도착해 복도를 가득 메웠다. 특히 많은 20대 청년들이 행사에 다수 참석해 핀테크 금융산업에 대한 젊은 세대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는 개회사에서 “금융환경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핀테크의 가능성은 단순히 우리의 경제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높일 것”이라며 “규제가 핀테크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크리에이티브포럼 현장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축사 순서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 핀테크 산업이 더 이상 뒤처지지 않도록 규제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지금 우리 금융시장과 핀테크 산업은 겹겹의 규제와 사회적 인식의 장벽에 갇혀 미래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서면축하 메시지에서 “핀테크의 가능성은 단순히 국내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생산성을 혁명적으로 진화시킬 것”이라며 “미디어펜 크리에이티브비전 포럼에서 논의된 주제에 대해 국회 차원의 입법 노력 또한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행사에 직접 참석해 “핀테크 활성화의 전제조건인 금융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논의가 매우 미진하다”고 개탄하면서 “금융혁신은 기업가 혼자서 하는 작업이 아니며, 혁신의 수혜자가 될 사회가 그 혁신을 포용하는 용기가 있어야 하고 규제 완화로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알리바바와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Big Tech) 기업들로 인해 금융과 산업의 경계가 더욱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면서 “정부 또한 핀테크(Fin-Tech) 혁신이 조기에 확산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이어서 진행된 기조 강연은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이 맡았다. 오 회장은 ‘한국금융의 미래, 핀테크에 달렸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강연에서 우선 “한국이 세계 금융중심지 순위에서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금융산업 부가가치를 10년 내 GDP 10% 달성하겠다던 ‘10-10정책’은 사실상 무산됐다”고 개탄했다.

이어서 오 회장은 “한국이 새로운 금융산업 패러다임에서 빠르게 도태되고 있다”면서 ▲모바일혁명과 금융빅뱅에 대한 전반적 몰이해 ▲인터넷전문은행의 ‘메기’ 역할 상실 ▲빅데이터 심사분석 실종 ▲인공지능과 금융 접목 지연 ▲무분별한 규제로 질식 상태인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등을 현시점 가장 심각한 위기로 지적했다. 

이후 오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춘 혁신적인 금융소비자 정책이 시급하게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다음 순서로는 전길수 금융감독원 IT·핀테크전략국 선임국장이 금융당국의 실무자로서 감독‧검사의 방향성에 대해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섰다. 

   
▲ 주제발표 중인 전길수 금융감독원 IT·핀테크전략국 선임국장 /사진=미디어펜

우선 전 국장은 올해 금감원의 IT감독 추진방향으로 ▲금융IT 융합 리스크 관리·감독 ▲사이버보안 감독 강화 ▲소통 및 협조체계 활성화를, IT검사 추진방향으로 △리스크 중심 상시감시 실시 ▲취약부문 검사 강화 ▲자율보안체계 내실화 등을 손꼽았다.

전길수 국장은 “모든 금융사를 금감원에서 관리감독 할 수 없다는 가정 하에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고유위험을 측정하고 통제가능 수준인지 진단해 정보보호 수준을 보완·개선하는 자율평가 제도를 운영할 것”이라면서 “핀테크 혁신의 잠재 위험에 대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상시감독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고도화된 자연어 처리 기술을 보유한 인공지능(AI) 기업으로 국내 핀테크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입지를 구축한 스타트업 자이냅스를 이끌고 있는 주동원 대표는 두 번째 주제발표를 맡았다.

강연에서 주동원 대표는 ‘테크핀(Tech-Fin)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제언’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특히 ▲규제를 담당하는 컨트롤 타워의 통합 ▲공급자 위주의 관점에서 벗어나 금융 서비스 수요자의 편의성 중심 개편 ▲클라우드 서비스 중심으로 운영방식 전환 ▲실제적인 서비스 제공과 스타트업의 ‘성장’을 목표로 협업구조 생성 등을 강조했다.

10분간의 휴식 후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최공필 금융연구원 미래금융센터장이 사회자로 나서 문종진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주동원 자이냅스 대표 등과의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 강연 직후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최공필 금융연구원 미래금융센터장, 주동원 자이냅스 대표,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미디어펜

이 순서에서도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정책 규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정책과 사고의 전환이 없으면 경쟁력 있는 선진 금융시스템 구축은 요원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달 초 도입된 샌드박스 등 규제혁신 정책 등에 미흡한 점이 많다”며 “안정적으로 외부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정부가 금융업무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회사의 경우 데이터가 많이 필요한데 금융당국이 고객들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 있어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지적하면서 “금융당국과 규제당국이 너무 많은 규제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자로도 나선 주동원 자이냅스 대표는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싱가포르, 홍콩 등으로 많이 옮겨가고 있다”면서 “현 상황이 심각한 위기고 큰일이라는 것을 관계자들이 인지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최공필 센터장 역시 “탈중앙화와 탈분산 시스템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사회의 주인인 납세자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문제점을 개진해야 정치권이 자각할 수 있다”고 토론회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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