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인한 수면부족 등 건강이유 받아들여지지 않아…인도적 처사서도 지나쳐
박근혜 전 대통령은 28일 오늘 기준으로 759일째 구속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 중 700일 넘게 수감된 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전 전 대통령은 751일, 노 전 대통령은 768일 만에 풀려났다. 10일이 지나면 역대 최장 수감된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이 허리 디스크 등으로 칼로 베이거나 불에 덴 듯한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룬다고 호소하고 있다.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 형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지난 25일 검찰은 불허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보석신청을 한 적도 없다.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다. 박 전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자연인 박근혜로서도 정치인 박근혜로서도 의미를 잃었다. 

형집행정지 신청 불허는 가혹하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등으로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별건 혐의로 또 영장을 청구해 구속 기간을 연장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 아니라 사실상 유죄 추정으로 2년 넘게 수감생활을 했다. 구속 기간이 끝나자 이번엔 '이미 확정된 형이 있으니 풀어줄 수 없다'고 한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은 28일 오늘 기준으로 759일째 구속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사진은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허리통증 치료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건강상 이유로 낸 형집행정지 신청을 불허한 것은 인도적 처사에서도 지나치다. 해마다 건강이나 고령 등의 사유로 형 집행 정지 처분을 받는 사람은 250명가량 된다. 계속 형을 집행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판단될 때 내리는 검찰의 일시적 처분이 형 집행정지다. 감형이나 무죄 방면이 아니다. 주거지도 병원 등으로 제한되고 사건 관계인과의 접촉도 불가능하다.
   
박 전대통령은 지난 17일 0시를 기점으로 국정농단 재판 관련 구속기간은 만료됐다. 하지만 20대 총선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징역 2년 판결이 확정됐다. 구속기간 만료 시점부터 기결수 신분으로 구치소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직접 돈을 받거나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지만 재판에선 징역 33년을 선고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뇌물 수수 등 10여개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349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반란죄, 내란죄, 수뢰죄를 적용받은 전두환-노태우전 대통령들은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이 최종 확정돼 수감됐지만 제15대 대통령 선거 직후인 1997년 12월 김영삼 대통령이 국민 대화합을 명분으로 특별사면해 석방했다. 전두환·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 2년여 만에 출옥했다. 

대선 관련 댓글 조작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던 김경수 경남지사는 보석으로 풀려났다. 드루킹 수사는 아직 재판중이다. 그런데도 김경수 지사는 77일 만에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을 받게 됐다. 적폐와의 전쟁을 선포한 문재인 정부의 '전 정권 유죄, 현 정권 무죄'라는 일부의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대한민국 대통령의 불운은 대체 어디까지일까. 공과에 대한 철저함 보다는 정권의 향방에 따라 부침이 반복된다. 아니라고 강변하겠지만 현실은 언제나 '보복의 정치'라는 짙은 의혹을 버릴 수 없다. 국민들의 갈등과 분열도 점차 깊어진다. 

촛불민심이란 광장의 분노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들어선 현 정부와 여당은 앞다퉈 소통과 협치를 강조했다. 평등과 공정과 정의를 외쳤다. 문재인 정부 집권 2여년이 흐른 지금 소통은 불통의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국회에는 빠루와 쇠망치가 등장했다. 의원의 갈비뼈가 부러지고 여야간 고소·고발전이 난무한다. 폭로와 비판으로 흐르는 '정치의 말'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경제도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며 최저임금인상과 친노동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내외의 경계 목소리에는 우이독경이다. 정치와 경제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사회문제로 연결된다. 자유가 배척당하는 평등, 불공정으로 얼룩진 그들만의 공정, 정의롭지 못한 정의가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를 희석시키는 정치적 방패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대통령을 '적폐'의 수장으로 더 이상 포장해 내몰아서는 안 된다. 잘못된 과오는 반성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정치 문화를 성숙시켜야 한다.   

수의 입은 대통령을 자신들의 면죄부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둘러싸고 국민 간 갈등과 국론 분열이 깊어지고 있다. 도주의 우려도 증거인멸의 가능성도 없는 전직 대통령에게 수의를 고집해야 할 이유는 크지 않다. 

갈등과 분열을 몰아내는 치유와 통합이 절실한 시점이다. 사법적 책임은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재판이 완료된 이후 국민들 뜻에 따라 물으면 될 것이다. 정치도 경제도 더 이상 일방통행이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 큰 화합의 결단이 필요하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