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분기부터 2만3000TEU 등 초대형 선박 20척 투입
‘스크러버 설치’ 선박 통해 환경 규제 대응
“터미널 확보, 속도·하역비 측면 이득…인수 항상 염두”
   
▲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현대상선이 오는 2020년 영업이익률 기준 ‘글로벌 톱 5’ 달성을 위해 총력전에 돌입했다. 배재훈 사장이 8년째 적자경영을 겪는 회사의 수장으로서 앞으로 제시할 방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배 사장은 2만3000TEU 친환경 컨테이너선 발주와 노선 합리화, 해운동맹 얼라이언스 모색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수익성 제고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물류 전문가로 꼽히는 배 사장이 있다.

유창근 사장이 물러난 뒤 ‘구원투수’로 투입된 배 사장은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를 시작으로 LG반도체 미주지역 법인장, LG전자 부사장, 범한판토스 사장 등을 지냈다. 비해운사 출신인 그가 현대상선 사장이 된 것은 2자물류업체(물류 자회사) 범한판토스 사장 시절 물류 중심인 해운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은 점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의 실적악화가 지속됨에 따라 지휘봉을 잡은 배 사장의 어깨는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재무구조 안정화와 정체된 성장세 회복 등이 현대상선이 도약하기 위한 선결과제로 꼽힌다. 

배 사장도 “고객만족을 위해선 경쟁 선사와 차별화 된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빠른 시일 안에 영업이익을 실현해야 한다”는 취임의 변을 남겼다.  

배 사장은 환경규제에 대비한 선대 재편을 통해 재도약 기회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는 2020년 1월 1일부터 전 세계 공해 상에서 운항하는 모든 선박의 황산화물 배출 기준을 현행 3.5%에서 0.5% 이하로 낮추는 환경 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배 사장은 이를 충족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현재 운항중인 주요 컨테이너선 19척에 대해 스크러버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스크러버(황산화물저감장치)는 선박에서 나오는 황산화물 등 배기가스를 물로 씻어 대기오염의 원인인 황산화물을 제거하는 장치다. LNG(액화천연가스), 저유황유 등과 함께 황산화물 배출 규제 대응 방안 중 하나다. 

또 현대상선은 2만3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상당의 친환경 컨테이너선 12척과 1만4000TEU 친환경 컨테이너선 8척에 대한 발주도 마쳤다. 내년부터 차례로 인도받을 예정이다. 현대상선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 2분기부터 2만3000TEU 선박은 유럽노선에, 1만5000TEU 선박은 미주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내년 초대형 선박을 인도하는 만큼 배 사장은 얼라이언스(해운동맹) 계약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 현대상선은 2만3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상당의 친환경 컨테이너선 12척과 1만4000TEU 친환경 컨테이너선 8척에 대한 발주를 마쳤다. /사진=현대상선 제공


그는 최근 6일간의 일정으로 스위스와 덴마크 등을 거치는 유럽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번 출장은 현지 시장조사와 2M(머스크·MSC 동맹) 얼라이언스 재협상을 위한 물밑작업 목적이 컸다는 전언이다. 미국 물류업계 전문지 FREIGHTWAVES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머스크 유럽 지사와 MSC 유럽 본사를 방문했다. 

현대상선은 2M과 얼라이언스를 맺고 이들이 운영하는 선박 일부 공간을 사서 유럽노선을 운영 중이나 내년 3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앞선 외신은 현대상선이 오는 2020~2021년 수주할 대형 컨테이너선을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해운동맹과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보도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내년 2분기부터는 2만3000TEU급 선박이 들어오는 데다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스크러버도 달려 있다"며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최첨단 기술 도입을 위한 시험운항도 마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번보다는 좋은 조건에서 협상 할 것이란 기대는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해운업계는 ‘오션얼라이언스’(Ocean Alliance)와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 그리고 ‘2M+현대상선’ 등 3개의 해운동맹체제로 재편됐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대상선은 태평양지역에서 41%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오션’에 합류하려고 하지만 합류 성공 보장은 없다"고 보도했다. 

터미널 확보도 주도 중이다. 

현대상선은 그간 미국 시애틀과 롱비치에 있는 자영터미널 TTI 지분을 각각 20%씩 인수했으며 HPC(대만 카오슝), TTIA(스페인 알헤시라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 지난 1월에는 HPNT(부산) 지분 50%를 인수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터미널 확보는 작업 속도적인 측면과 하역비 측면에서 이득이 있다"며 "터미널 확보는 항상 염두에 두고 있으나 현재 접촉 하고 있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