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남은 임기 중 해결”…약 일주일 남아
전문가 “민주당이 한국당에 대화 명분 줘야”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선거제도 개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관련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여야는 극렬한 대치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주 거센 몸싸움에 이어 주말 간 소강상태 속 맞고발전을 벌인 여야는 29일 여론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각각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서로를 향한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을 결사반대하고 있는 한국당을 향해 “도둑놈들에게 국회를 맡길 수 없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고, 한국당은 민주당의 ‘3대 위헌·3대 불법’ 사항을 조목조목 따졌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도둑놈들한테 이 국회를 맡길 수 있겠나. 이런 자들에게 이 나라의 국회와 장래를 맡길 수는 없다”며 “임계점에 이르면 더 이상 참으면 안 된다. 분노할 줄 아는 사람이 정의를 지킬 수 있고, 분노할 줄 모르는 사람은 정의를 지키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한국당이 ‘독재타도’나 ‘헌법수호’를 외친다는 게 어울리기나 하나”라며 “제가 정치를 마무리할 사람인데 국회 질서를 바로잡고 마무리하겠다”고 피력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수십 년 간 특권과 기득권에 안주했던 반개혁 정당의 난동 때문에 국민을 위한 선거제 개편과 권력기관 개혁이 방해받을 수 없다”며 “불법과 폭력으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구태 정치를 용납해선 안 된다.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든 한국당은 부끄럼도 반성도 없다”고 보탰다.

반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당에 들어와 당 대표가 된 뒤에 많은 민생현장을 둘러봤지만, 어느 한 분도 선거법을 개정해달라는 말을 한 분은 없었다. 경제를 살려달라, 잘못된 정책을 막아달라, 한국당이 좀 해달라는 말만 있었다”며 “국민들이 경제를 살려달라는 판에 무슨 패스트트랙으로 선거법을 바꾸고 공수처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꼬집었다.

황 대표는 또 이 대표가 “정치 그렇게 하는 것 아니다”고 지적한 것을 의식한 듯 “(국회) 안에서 진지하게 토론하고 국민의 마음과 뜻을 찾아가는 게 정치인데 마음에 안 든다고 고소·고발하고 검사에게 이르고 경찰에게 이르는 게 국회의원이냐”라며 “정치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맞받았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의 ‘3대 위헌’ 사항으로 △의회주의 말살 △삼권분립 해체 △국회의원 의무 박탈을, ‘3대 불법’ 사항으로 △오신환·권은희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 △법안 전자발의 △패스트트랙 규정 위반 등을 지목하기도 했다.

이처럼 꼬일 대로 꼬인 듯 보이는 패스트트랙 정국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주 내로 어떻게든 결론이 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당장 다음 주로 예정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임기 막판인 홍 원내대표가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기자회견에서 “제가 시작한 일이니, 제가 마무리하겠다”며 임기 내 패스트트랙 절차를 끝내겠다고 시사했다.

비슷한 전망은 한국당 쪽에서도 나온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누군가 양보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을 정국이라 국면 전환 시도는 원내대표가 바뀔 민주당 쪽에서 하지 않겠나”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꽉 막힌 정국을 해소할 방안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제시했다. 당장 정국이 해소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에서부터 여당인 민주당이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패스트트랙에 태울 법안 중 핵심은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이기도 한 공수처다. 선거제도 개편은 범여권 정당을 연결하기 위한 미끼”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어 홍 원내대표도 공수처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사개특위 위원이었던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엄밀히 따지면 불법인 사보임까지 했다”며 “홍 원내대표도 물러서기는 힘든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창렬 용인대(정치학) 교수는 “한국당은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라 패스트트랙에 참여해 법안을 협상해야 한다. 극한 대립으로 상황을 가져가지 말아야 한다”며 “선거제도도 몇 달 동안 안을 내놓지 않았고, 공수처법도 언제부터 시작된 논의인데 한국당이 무조건 막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짚었다.

다만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민주당에서 (한국당에) 대화의 물꼬를 틀 명분을 줄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서로 강대 강으로 막아서고 있는데 몰래 회의장을 다니며 특위 회의를 열어 법안 상정 논의를 한다는 것도 명분은 떨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29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 의원총회에서 황교안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나경원 원내대표(왼쪽) 등 한국당 의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자유한국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