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 불가에 계약 조건 변경
사전 무순위 청약으로 미계약분 방지
"자금력 있는 수요자 움직임 중요"
   
▲ 서울 시내에 밀집되어 있는 아파트 단지. 사진=미디어펜 DB.

[미디어펜=손희연 기자]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서는 서울과 수도권의 분양 단지들의 성적이 시원찮은 모양새다. 이에 분양 단지들이 분양 계약금을 낮추거나 계약 조건을 변경하면서 청약 문턱을 낮추고 있어,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초 분양에 나섰던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 는 계약 조건을 계약금 20%·중도금 60%·잔금 20%에서 10·60·30%로 전환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예비청약자들이 돈줄이 막히자 계약 조건을 변경해 분양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미계약분을 채우기 위해 나섰다. 

서울과 일부 수도권 단지는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받지 못해 대출이 막힌 상태다. 이에 9억원이 넘는 단지들은 청약예비수요자들의 자금 부담을 덜기 위해 건설사나 시행사가 직접 연대 보증 등을 통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국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4분기(16대 1)보다 하락한 13.8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작년 4분기 37.5대 1에서 8.6대 1로 급감했다. 청약가점도 1순위 마감 단지 기준 지난해 4분기 57점에서 44점으로 13점이나 하락했다. 

현재 모델하우스를 오픈하고 분양에 돌입한 `디에이치 포레센트`(20%), `방배그랑자이`(20%), `감일 에코앤 e편한세상`(15%) 등, 정비사업 및 공공분양을 제외한 대부분 분양 단지들이 10%(계약금)·60%(중도금)·30%(자금)를 내세워 청약예비수요자의 모시기에 나섰다. 이중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계약금은 10%이며 중도금대출은 40%까지 가능하고 이자후불제가 적용된다. '신내역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도 계약금 10%, 중도금 이자후불제가 적용됐다.

내달 분양이 예정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은 전용면적 59㎡와 84㎡의 계약금 비중을 10%로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일부 단지에서는 중도금 무이자나 발코니 무상 확장 등 파격 조건을 내건 분양도 늘고 있다. ‘e편한세상 일산 어반스카이’는 발코니 무상 확장을 서비스로 내걸었다. 

건설업계가 이같이 청약 문턱을 낮추고 있는 이유에는 돈줄이 막히면서 최근 분양 시장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대출 규제로 수요자들의 자금줄을 막자 현금을 보유하지 않는 수요자의 경우 청약 자체가 힘들어지게 됐다.  이에 각 분양 단지마다 적극적인 분양 계약 조건 변경을 통해 계약률을 높이기로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시장 내에서는 사전 무순위 청약이 떠오르고 있다. 강남권 분양 첫 타자인 방배그랑자이가 중도금 대출 불가 조건에도 사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청약 일정은 오는 5월 2일~3일이다. 청약 당첨자 계약 후 잔여세대 발생 시 무순위 청약 당첨자가 우선적으로 계약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로 청약 통장이 없어도 접수 가능하며, 당첨자로 미분류된다

이에 사전 무순위 청약이 흥행할 경우 나머지 분양들도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미계약분을 줄이고자 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분양 계약 조건 완화 등 계약금을 조정해 청약 문턱을 낮추고자 하는 분양 단지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미계약분을 방지하고자 사전(사후) 무순위 청약제도가 인기를 끌면서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의 행보가 분양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296만7763명으로 2300만명에 달했다. 이는 전달 대비 13만2000명 넘게 늘어난 수치다. 최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분양이 이어지면서 청약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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