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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민생 없는 '동물국회'…누구를 위한 패스트트랙인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부실종합세트…표는 국민의 손에서 나와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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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9-05-01 10: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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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아니 무엇을 상상했던 그 이상이었다.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20년 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우리나라 기업은 이류, 행정은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했다. 한 번 사류는 영원한 사류라는 슬픈 현실을 우리는 다시금 목도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은 그야말로 막장의 극치를 보였다. ‘이게 국회냐’라는 자괴감은 식물국회를 넘어 동물국회라는 불명예를 안겼다. 국회 최루탄 사건으로 국회선진화법이 제정된 이후 최악의 활극이 재연됐다. 

욕설과 고성은 기본이다. 멱살잡이 몸싸움도 모자라 속칭 ‘빠루’와 장도리까지 등장했다. 삼류 조폭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입법기관인 대한민국 국회에서 일어났다. 성추행 의혹에 고소·고발전이 난무하는 낯 뜨거운 장면은 ‘정치적 내전’ 상태로 치닫고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선거제도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에 지정한 과정은 그야말로 봐서는 안 될 조폭영화나 다름없었다.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고 결과는 정의롭지 못했다. 대화와 협치는 실종되고 폭력과 투쟁의 폭주장으로 내달았다. 

   
▲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은 그야말로 막장의 극치를 보였다. ‘이게 국회냐’라는 자괴감은 식물국회를 넘어 동물국회라는 불명예를 안겼다. 국회 최루탄 사건으로 국회선진화법이 제정된 이후 최악의 활극이 재연됐다. 사진은 지난 25일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여야4당이 추진하려는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국회 본청 의안과 앞을 봉쇄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제공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정치적으로 추진 동력은 얻었을지 모르나 태생은 불법적인 모양새다.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선거제도 개편안은 연계처리할 법안이 아니다. 공수처법에 목맨 청와대와 민주당, 총선에서 밥그릇을 늘리려는 군소정당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밀약’에 가깝다.

과정도 공정하지 않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민주당, 정의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4당이 심야 지정을 강행했다. 바른미래당은 당내 반발이 일자 4당 합의안과 다른 ‘권은희 안’을 올려 이중 지정했다. 이는 법 제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패스트트랙은 특정교섭단체 반대로 상정이 불가능할 경우 5분의 3 찬성으로 강행하게 하는 취지다. 별도의 공수처법인 ‘권은희 안’의 이중 상정은 이에 위배된다. 이런 경우라면 발의된 모든 안건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된다. 불법이다. 특히 바른미래당은 패스트트랙 반대 의원을 다른 의원으로 대체하는 사보임이란 편법까지 동원했다. 비민주적 발상이자 독재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공수처 법안도 취지를 벗어나 누더기가 돼 버렸다. 공수처는 당초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 여당 의원의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 도입되는 제도다. 여야 4당이 선거법 처리를 위해 입맛을 맞추다 알맹이는 쏙 빼버렸다. 국회의원과 대통령 친·인척을 기소대상에서 제외한 ‘반쪽기구’가 됐다. 부실 그 자체로 ‘무늬만 공수처법’이다.

검경 수사권조정은 국민의 안전, 생활과 매우 밀접하다.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끼워 넣은 것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검찰이 경찰의 송치사건 결과를 수사지휘를 통해 뒤집은 건수가 한 해에 4만 건(직접 수사 포함)이 넘는다고 한다. 경찰의 수사종결권에 대한 견제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억울한 국민들만 늘어나게 된다.

선거법은 공동의 게임룰인 만큼 야당과 합의 처리하는 것이 관례다. 일방적으로 다루는 것은 전례가 없을뿐더러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1위 확률이 높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불리하고 상대적으로 소수정당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평가다. 

’게임의 규칙‘만큼 선거제 개편은 끝까지 여야 합의 처리를 해야 마땅하다. 비례성 강화라는 측면만 부각되면서 의원들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난수표 같은 법안으로 전락했다. 결국 공수처법이 급했던 청와대와 민주당, 내년 총선에서 의원수 늘리기에 급급한 소수정당의 야합이나 다름없다.

소득주도성장으로 경제는 신음하고 있다. 최저임금인상으로 자영업자는 폐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는 벼랑으로 치닫는다. 반기업정서와 친노동정책으로 기업들은 숨죽인 채 해외로 떠나고 있다. 민생관련 법안은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산불·지진 등 재난사고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사회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4월 국회도 빈손으로 끝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권은 국민의 고통은 외면한 채 패스트트랙 등 이권싸움에만 매달려 있다. 사생결단의 태세로 적대감을 키우고 있다. 

선거가 민생현안에 우선할 수는 없다. 민심을 내팽개치고 표를 바라는 것이야말로 도둑놈 심보다.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바보들의 행진은 당장 멈춰야 한다. '동물국회'의 진정한 심판자는 국민이다.  
[미디어펜=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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