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로드스터, 2.1초면 100km/h에 도달…내연기관 넘어 세계 최고 성능
현대·기아차 '모바일 전기차 튠업' 기술로 전기차에 달리는 재미 부여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높은 최고시속과 짧은 제로백은 고성능 차량의 전유물이었다. 더욱이 친환경차량과는 무관한 이야기로 비춰졌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친환경차량의 대명사 전기차가 이같은 상식을 타파하고 있다. 환경만을 생각했던 친환경차량이 운전자의 재미를 추구하며 새로운 변화를 시작한 것이다. 또 글로벌 추세에 맞춰 고성능차량들 역시 환경을 생각하는 차량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서울 코엑스에서 EV트랜드코리아 2019가 시작됐다. 친환경차량의 전시회인 이 행사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친환경차량들이 대거 소개됐다. 친환경차량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고급 고성능차량브랜드까지 등장하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테슬라 로드스터 /사진=테슬라


최근에 등장하는 전기차 최고속도 400km/h, 0-100km/h 도달시간 2.1초라는 놀라운 기록을 보유한 차량까지 출시되고 있다. 모든 자동차 세계 최고의 달리기 성능을 자랑할 만큼의 수치다. 

이 차량은 배터리에서 에너지를 얻어 모터로 바퀴를 돌리는 순수 전기차 테슬라 로드스터로 한 번 충전하면 1000km를 달리는 뛰어난 효율성까지 보여준다. 

일상생활에서 활용 가능한 5인승 4도어 세단 중 가장 뛰어난 동력성능을 자랑하는 모델도 바로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S(루디크로스 퍼포먼스 트림)다. 이 차는 최고속도 250km/h에 0-100km/h 도달시간은 2.6초에 불과하다. 1회 충전 주행거리 400km 이상은 기본이다.

전기차는 흔히 친환경차를 대표하는 차종으로 알려져 있다. 친환경차의 가장 큰 미덕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더해 보급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충전의 번거로움을 최소화하려면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최대화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전기차의 가치를 논할 때 '운전 재미'는 뒷전이었다. 자동차 업체들은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늘리고 그 성과를 과시하는 게 우선이었고, 소비자들은 전기차의 가장 큰 가치를 '재충전 없이 긴 거리를 적당한 수준으로 굴러가는' 것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테슬라와 같이 퍼포먼스를 앞세운 모델들을 선보이며 전기차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가 생겨나고,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소비자들도 전기차에 내연기관차 이상의 '달리는 재미'를 기대하기 시작하면서 전기차 시장의 트렌드도 '퍼포먼스' 쪽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고성능 럭셔리 브랜드 재규어는 전기차에도 기존 브랜드 성향을 부여해 SUV 전기차 'I-PACE'를 최고속도 200km/h에 0-100km/h 도달시간이 4.8초에 불과한, 내연기관 고성능차 못지않은 퍼포먼스카로 내놓았다. 

사실 가속성능을 끌어올리는 데는 전기차가 가솔린이나 디젤차보다 유리하다. 내연기관차는 최대토크를 내는데까지 엔진이 어느 정도 돌아가며 회전수를 늘려야 하지만 전기차는 모터에 전기가 공급되는 즉시 최대토크를 내기 때문이다. 

다만 내연기관차에서 퍼포먼스와 연비가 반비례하듯, 전기차에서도 동력성능을 끌어올리려면 1회충전 주행거리를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한다. 테슬라 로드스터와 같이 0-100km/h 도달시간이 2.1초에 불과하면서도 1회 충전에 1000km를 달리는 차를 만들어내려면 엄청난 양의 배터리를 장착해야 하고 그만큼 가격도 올라간다.  

대중차 브랜드의 한계상 '억대' 고가 전기차를 내놓기 힘든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퍼포먼스와 효율성 중 어느 한 쪽에 치중하지 않고도 소비자들에게 운전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개발해 냈다. 

   
▲ 현대차 더 뉴 아이오닉 일렉트릭 /사진=현대차


현대·기아차가 지난달 22일 출시한 '모바일 기반 전기차 튠업(Tune-Up) 기술'이 그것이다.

앞으로 출시되는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에 적용이 검토되고 있는 이 기술은 운전자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로 전기차의 모터 최대토크, 발진 가속감, 감속감, 회생제동량, 최고속도 제한, 응답성, 냉·난방 에너지 등 차량 성능을 일정 범위 안에서 조절할 수 있게 해준다. 

기존에는 'ECO', 'NORMAL', 'SPORT' 등 특정 드라이빙 모드를 선택했을 때 차량의 모든 성능이 해당 모드에 따라 일괄적으로 조정됐다면, 이 기술은 7가지 항목을 각각 다르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차량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운전자가 목적지 설정 후 방전 걱정 없이 도착할 수 있도록 남은 거리와 전력량을 계산해 전비(電比)에 최적화된 상태로 차량의 성능을 자동 조정할 수도 있고, 운전의 재미를 원하는 운전자에게는 맞춤형 주행성능을 추천하기도 한다. 

사용자들끼리 커뮤니티에서 서로의 차량 설정과 느낌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설정을 내려 받아 시도해보거나, 도심 고속도로 산악 등 도로 성격에 맞는 차량별 기본 추천 설정들을 적용할 수도 있다.

모바일 기반 전기차 튠업 기술이 전기차에 처음으로 적용된 것은 내연기관 차량과는 다른 전기차의 고유한 특징 덕분이다. 배기규제에 따라 성능 변경의 폭이 제한된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전기차는 비교적 자유롭게 기술을 적용하고 정밀하게 성능을 제어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내연기관 차량 중심의 시장에서도 이동 목적 뿐 아니라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던 만큼, 시장의 중심이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전환되더라도 그런 수요층은 존재할 것"이라며 "친환경차 시장이 확대될수록 다양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자동차 업체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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