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신한금융투자가 이르면 내달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설 의사를 밝히면서 업계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KB증권에 대한 발행어음사업 인가를 보류시킨 이후 업계 판도가 빠르게 변화하는 양상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 번째 발행어음인가 사업자로 신한금융투자가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신한금융투자는 오는 9일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 여부를 논의한다고 발표했다. 이르면 다음 달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확충한다는 청사진도 나왔다. 국내 자본업계에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은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서 발행어음업무를 할 수 있는 자격요건이다. 

   
▲ 사진=미디어펜


현재 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개사뿐이다. 그나마 발행어음사업을 할 수 있는 인가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밖에 얻지 못했다. KB증권이 세 번째로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최근 심사가 보류된데다 금융감독원의 올해 첫 종합검사 대상으로까지 낙점돼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이 가운데 신한금융이라는 든든한 모기업을 뒤에 두고 있는 신한금융투자가 공격적인 자본확충 계획을 내놓으며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현재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약 3조3000억원으로,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자기자본 4조원을 넘겨 국내 6번째 초대형 IB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신한금투는 이미 지난 2016년에도 5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통해 자본확충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유증도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 3월 취임한 김병철 신임 사장은 이미 여러 차례 유상증자가 초대형IB 진출에 대한 뜻을 드러내 왔다.

김 사장은 취임식 직후 실시한 간담회에서 “자본시장 톱 플레이어로 거듭나겠다”면서 최우선 과제로 ‘IB 부문 역량 제고’를 손꼽았다. 현재 신한금투의 IB 관련 수수료 수익은 804억원으로 비슷한 규모의 증권사 중에선 낮은 편이지만, 김병철 사장이 IB 전문가인 만큼 향후 전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KB증권의 경우 최근 인가가 보류되면서 다시 한 번 ‘골든타임’이 지나가는 양상”이라고 지적하면서 “신한금투나 하나금융투자 등 모기업 지주회사의 지원을 받는 증권사들이 조금씩 자본확충 의사를 나타내며 업계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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