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반발’ 한국당, ‘경부선’ 장외집회 나서
시민들 “싸워도 국회서 싸워야”…與 향한 비판도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연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 중년 남성은 나직이 “저쪽도 똑같아”라고 내뱉었다. 옆에선 “그래도 (더불어)민주당 놈들이 잘못했지”라고 했다. 둘의 대화를 바라보던 이는 “고래 싸움에 서민 등만 터지는 거지 뭐…”라며 정치권에 불신을 보냈다.

2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한국당 ‘문재인 STOP! 서울시민이 심판합니다!’ 집회 주변의 시민들 간 대화 내용이다. 지난달 말 선거제·개혁입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서 한국당은 이날 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 등 ‘경부선’ 라인을 아우르는 장외집회에 나섰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 대다수는 성별과 연령대를 불문하고 “정치판은 다 똑같다”는 반응을 내보였다.

서울역 광장에서의 집회가 끝난 뒤 주변을 서성이던 김 씨(70대·남성)는 통상 장년층 남성이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통념과는 다른 대답을 내놨다. 그는 “(여야는) 싸워도 국회에서 싸우고, 터져도 국회에서 터져야 하는데, 한국당이고 민주당이고 선거제 가지고 자기 밥그릇 챙길 생각만 한다”며 “황교안 (대표)도 말은 민생이 이러쿵저러쿵 말하지만, 결국은 도긴개긴”이라고 했다.

서 씨(80대·남성)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여권에 있다는 식의 지적도 곁들였다. 그는 “매일 싸움질이나 해대는 국회에 세금 뜯어다가 가져다주는 게 말이 되나. 감투를 썼으면 일을 해야 할 것 아니냐”고 짚으면서도 “옛말에 털구멍만 한 권력에도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했는데, 공수처니 뭐니 만드는 게 다 권력 더 쥐어보자고 벌이는 일 아니겠나”라고 짐작했다.

이런 식의 시각은 젊은 층일수록 두드러졌다. 자신을 대학생으로 밝힌 박지연 씨(여성)는 “저렇게 싸우는 국회를 보고 지지를 보낼 국민이 어디 있겠느냐”고 한탄했다. 김성연 씨(20대·남성)도 “한국당이 집회하는 걸 지켜봤고, 취준생 입장에서 경제가 어렵다는 부분에 특히 공감했다”면서도 “그렇다고 한국당이 딱히 잘한다는 말은 아니다. 국회 내부는 그들만의 리그 아니냐”라고 했다.

자신을 대한애국당 당원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다른 차원에서 정치권을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광장에 얼굴 한번 안 내비치던 한국당이 지금 와서 지지를 보내달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라며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막는 민주당이나 소심한 한국당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패스트트랙으로 인한 정국 경색을 해소하려면 결국 대화와 타협밖에 없다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민도 있었다. 공연·영화 업계에서 종사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50대)은 “패스트트랙은 한국당 대 나머지 정당이 대립하는 구도 아니냐”라며 “서로의 입장만 맞다는 식으로 어린애들처럼 하다가는 판이 갈라지는 결론만 난다. 혹여 정권이 바뀌면 또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서울시민이 심판합니다!’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미디어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