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카풀 등과 같은 승차공유 업체 드라이버들의 금융 이용이 더 쉬워질 전망이다. 일부 은행이 이달 중순부터 이들 드라이버를 대상으로 금융 우대 혜택을 제시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다만 이 상품은 대출한도 등이 300만원 정도로 극히 낮아 드라이버들에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법률적 부재로 인해 전용 상품도 출시될 가능성이 낮고 자칫 택시업계의 반발이 나올 수도 있어 상품 확대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승차공유 모바일 플랫폼 타다를 운영하고 있는 VCNC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집단대출에 준하는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달 중순부터 타다 플랫폼을 통해 활동하는 드라이버에게 대출 이용 시 0.5%포인트에 준하는 우대 금리 혜택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 사진 = VCNC 제공


그동안 승차공유 업체에서 활동하는 드라이버들의 경우 법률 문제때문에 직장을 다니는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했다.

같은 상환능력을 갖췄어도 재직자와는 대출 한도나 금리 등에서 차별을 받아왔다. 

이에 은행권은 특정업종에 대해 비재무적 신용평가 심사를 정교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표적으로 전북은행은 지난해 8월 전북지역 대리운전 노·사와 포용적 금융지원 MOU를 체결한 뒤 금융권 최초 대리운전기사 대출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 상품은 대리운전 노동조합 및 기사들과 면담한 뒤 근무일수, 소득 등을 추정하고 금리를 깎아주고 있다. 하나은행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통해 상환능력을 책정한다.

승차공유 업체들의 경우 디지털 기술인 앱(App)을 통해 손님을 유치하고 있어 관련 데이터를 토대로 근무일수나 수입을 책정하려는 것이다.

다만 이 상품은 서민금융 확대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 기존에 출시했던 무직자 신용 소액대출인 '이지론페이'를 이용할 때만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그 한도도 300만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긴급자금대출 형태처럼 일자리 창출과 혁신 기업의 성장을 도우려는 측면에서 마케팅적으로 상품 운영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리스크 관리 문제상 신용보증재단 등에서 보증서를 담보로 제공하면 은행이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겠지만 승차공유 업체들의 경우 택시업계와의 갈등이 있어 상품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은행의 경우 승차공유 서비스가 합법화된 해외에서 관련 제휴를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 캄보디아 법인은 올해 초 동남아시아 최대 승차공유 업체 Grab(그랩)과 MOU를 맺은 뒤 드라이버를 위한 저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하기로 약정했다.

그램은 싱가폴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336개 도시에서 승차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우리은행 캄보디아 법인의 경우 예금수신이 가능한 소액대출기관(MDI)으로 고객 확대 차원에서 그랩과 제휴를 맺었다는 방침이다.

조남주 우리은행 글로벌전략부 부부장은 "캄보디아 법인의 경우 MDI이라는 한계가 있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자 그램과 제휴를 맺게 됐다"며 "그램은 드라이버의 거래 정보를 내부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디지털 전략 측면에서 제휴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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