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반도체 코리아’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메모리 반도체와 함께 시스템 반도체까지 잡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우리 반도체 산업의 두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각각 133조원, 12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양사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체질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과거 반도체 시장은 메이저 제조사들의 전유물이나 다름 없었지만 이제는 제품의 응용처가 다양해 지면서 저변이 중요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부 수익 감소까지 감수하면서 중소기업들에게 도전의 기회를 열어주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의 ‘퀀텀점프’를 추진하겠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대통령은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분야도 집중 육성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시스템 반도체를 중심으로 예산, 인프라, 인력육성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리다시피 하는 반도체 산업은 지금 한 단계 더 도약하느냐 마느냐 하는 전환점에서 서 있다. 이제부터 정부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정부는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마련해주고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감놔라 배놔라’ 할 경우 속도와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기업이다. 생존이 걸린 전장에서 싸우는 기업들은 절실하다.

일관된 방향성도 중요하다. 한쪽에서는 웃고, 다른쪽에서는 으름장을 놓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사운을 걸고 승부수를 던진 기업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사업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미래 반도체 경쟁력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우리 운명을 다시 한번 바꿀 수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로봇 등 미래 산업이 반도체 경쟁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기반으로한 다양한 파생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정부와 기업이 뜻을 모은다고 해도 쉽지 않은 것이 반도체 산업이다. ‘반도체 굴기’를 외치는 중국 미국과의 ‘무역갈등’에 발목을 잡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코리아’의 지배력이 더 확대되면 경제 선진국들의 견제가 들어올 수도 있다. 시스템 반도체가 주요 먹거리인 국가들 입장에서는 우리의 성장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정부와 기업의 일관된 ‘호흡’이 중요하다. 기업이 뛰고 정부가 미는 선순환 구조 정착도 필수다. 두 명이 한 조가 돼 안쪽 발을 묶고 뛰는 ‘이인삼각’ 경기에서 한쪽이 삐끗하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 반도체 육성 계획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팀 코리아’의 저력이 없으면 ‘종합반도체 강국’의 꿈은 신기루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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