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은 트로트는 물론 대중가요 진화의 촉매제
   
▲ 조우석 언론인
잔치는 끝났다. 하지만 얘기는 지금부터다.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 얘기인데, 전에 없던 트로트 붐을 몰고 온 그 프로가 마무리된 지금이야말로 본격적인 음악 담론이 펼쳐질 수 있다. 사실 나는 이 프로의 잠재력을 한 달 전 예견한 바 있다.

'미스트롯' 6회 분이 평균시청률 11.18%를 기록, 종편 예능 최고기록을 세웠을 때 자신있게 전망했다. '미스트롯' 기획은 콘텐츠의 변두리이던 TV조선이 쏘아올린 '제작 쿠데타'에 다름 아니며, 그런 성공이 당분간 계속된다면 지상파-종편의 권력 지도까지 바꿔놓을 잠재력이 있다는 덕담이었다. 남은 건 TV조선의 뒷감당인데, 그 점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그때 내다봤던 트로트 부활은 이미 시작됐다. 당시 글에서 "TV조선 당신들은 지금 음악 역사를 쓰고 있다"고 언급했던 것을 외려 추월한 느낌이 들 정도다. 우선 콘서트 예매시장은 트로트 초강세다. 지난 1주일(4월 26일~5월 2일) 티켓 예매 동향이 우선 그렇다.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의 콘서트 분야 예매 순위는 트로트 천하다. 이 프로 출연자 12명이 출동하는 전국 투어 공연(서울·부산·수원·인천)이 예매 순위 1·2·4·5위를 휩쓸었다. 점유율로 치면 27%. 사실 우린 몰랐다. 트로트 안에 정통, 세미가 있고, 그와 또 다르게 댄스, 록, 발라드, EDM(전자 댄스 음악)트로트 등이 이종(異種)교배 중이라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미스트롯' 이전부터 댄스, 록, 발라드, 뮤지컬, EDM등 대중음악의 주류 장르가 트로트에 섞여들며 무언가 변화를 모색하던 참이었다. 트로트는 죽은 게 아니고 여전히 대중음악의 DNA로 남아있었는데, 이번 프로의 등장과 함께 빅뱅을 시작했다.

그래서 '미스트롯'의 승리는 시청률 높은 한 프로의 등장이 아니다. 한 음악 장르의 잠재력을 끌어 올렸고, 종국엔 우리 시대 대중음악 전체에 변화를 몰고 왔다는 점에서 소망스러운 문화 연출자였다. 그렇다고 이 프로가 무에서 유를 창조한 마술은 아니었다.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던 트로트에 시민권을 부여해준 역할이 빛났다.

그 결과 이 새로운 트로트는 1930년대 남인수·이난영 류와 다른 건 물론 남진·송대관과도 사뭇 달라졌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뉴 트로트라고 명명하려 하는데, 이건 가수 혼자서 마이크 잡고 무대를 지루하게 끌어가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K팝 못지않은 멋진 퍼포먼스로 '보는 무대'를 연출한다. 일테면 미스트롯 4회에서 영국 록밴드 퀸(Queen)이 즐겨 쓰던 사운드를 차용해 강렬한 록음악 스타일로 편곡한 윤수일의 '황홀한 고백'이 대표적인데, 그런 게 한둘이 아니었다. 오디션의 특성상 참가자의 능력 점검을 위해 3~5명을 짝지운 팀 미션 등을 부여했는데, 그때 퍼포먼스가 필수였던 것이다.

그 결과 트로트도 이젠 K팝 아이돌처럼 칼군무를 보여줄 수 있다. 관련 동영상이 유튜브 조회 수 100만을 가뿐히 넘기는 것도 자연스럽다. 맞다. 그래서 등장한 '뉴 트로트'는 때 빼고 광낸 동시대 대중음악이다. 그 안에 폭넓은 세대 공감까지 할 수 있는 '맏형 장르'다.

   
▲ '미스트롯' 이후 탄생한 뉴 트로트은 K팝 못지않은 멋진 퍼포먼스로 '보는 무대'를 연출한다. 사진은 '미스트롯' 4회에서 강렬한 록음악 스타일로 편곡한 윤수일의 '황홀한 고백'을 부른 팀 '쑥행쓰'의 무대. /사진=TV조선 캡쳐

송가인·정미애·홍자보다 먼저 뜰 가수

90년대 이후 몰락 조짐을 보여온 트로트의 복권은 가요시장의 변화만 가져올 것도 아니다. 더 다양한 음악실험 속에서 댄스 음악, R&B, 힙합 장르 등이 윈윈하는 바탕이 될 것이다. 그렇게 자신하는 배경엔 '트로트 그루브'란 게 있기 때문이다. 그루브란 듣는 순간 어깨와 엉덩이가 들썩여지는 생동하는 맛이다.

그런 음악의 생명력은 유독 뉴 트로트 안에 다량 함유돼 있다. 서양음악에서 '대중음악의 저수지' 블루스가 록음악, R&B로 뻗어나가고, 우리 국악에서 민속악이 전통음악의 저수지 역할을 하듯 트로트에도 그게 있다. 우린 오래 전부터 근대 일본이 만든 엔카 안에 한국적 신바람을 다량 집어넣어 우리음악으로 만드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로트 역시 우리 대중음악의 저수지가 맞는데, 이참에 두 가지를 짧게 언급하자. 우선 사람 얘기. '미스트롯'이 종편 예능 사상 최고 시청률(18.1%)을 기록하는 위력 속에 진·선·미에 뽑힌 송가인·정미애·홍자 등이 스타덤에 올랐다고 한다. 오랜만에 빛을 본 그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하지만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듯이 가수로 뜨는 건 오디션 성적순이 아니다. 그들 외에도 준결승을 통과한 12명과, 그 이전 탈락자에서도 스타 탄생이 가능할 것이다. 올드한 느낌의 송가인보다 상대적으로 유연한 정미애·김소유·김희진이 먼저 뜰 수 있다.

개그맨 출신 김나희, 탬버린 여신 박성연, 사차원 공주 두리 등에도 나는 주목한다. '보는 무대'에 그들의 뛰어난 퍼포먼스가 더욱 더 유리하고,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코디언 신동 이승연, 이른바 꺽기의 귀재 김은빈, 팡팡 뛰는 매력의 우현정 등 10대들도 언제든 뜰 잠재력이 크다. 사실 그게 누구든 상관없다.

트로트에 이렇게 풍부한 인적 풀이 생긴 것 자체가 대박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걸 제도화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럼 무얼 해야 할까? 현상황에서는 트로트 무대를 정규 편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 KBS '가요무대'보다 젊은 감각의 뉴 트로트로 끌고 가야 옳다. 그걸 만들어야 곧 런칭할 '미스터 트롯'도 함께 뜰 수 있을 것이다. /조우석 언론인

'미스트롯' 이후 탄생한 뉴 트로트은 K팝 못지않은 멋진 퍼포먼스로 '보는 무대'를 연출한다. 사진은 '미스트롯' 4회에서 강렬한 록음악 스타일로 편곡한 윤수일의 '황홀한 고백'을 부른 팀 '쑥행쓰'의 무대. /사진=TV조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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