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분양 물량 지난해 동기 대비 41% 줄어
중견사 6곳 중 태영건설 미청구공사 큰 폭 확대
"주택사업 비중 줄이고… 다각화 몰두"
   
▲ 사진은 경기도 한 택지지구 내 아파트 전경.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손희연 기자]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주택 분양 사업에서 맥을 못 추면서 주요 중견건설사들이 사업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중견건설사들의 분양 물량이 줄어들고 수도권을 비롯해 중견건설사의 주력 분양지로 꼽히는 지방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중견건설사들은 미청구공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재무건전성에서도 적신호가 나타날 것이 우려된다. 이에 중견건설사들이 활로를 모색하는 방안으로 주택 사업에 치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해 사업 재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중견건설사 6곳이 미청구 공사 규모가 확대됐다. 우선 태영건설의 지난해 미청구 공사액은 4648억5119만원(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전년도(1774억2505만원)보다 2874억2614만원이나 늘었다. 한신공영은 지난해 986억9293만원의 미청구공사액을 기록했다. 지난 2017년(909억5293만원)보다 77억4000만원이나 증가한 수치다. 

계룡건설산업의 미청구 공사액은 지난해 1039억7424만원으로 전년도(1019억5003만원)에 비해 20억 2421만원 확대됐다. 한라는 833억4540만원으로 전년도(765억1606만원)에 비해 68억2934만원이나 증가했다.‬ 아이에스동서의 지난해 미청구공사 규모액은 220억147만원으로 전년도(54억6565만원) 보다 165억3582만원이나 늘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미청구 공사액이 2628억8498만원으로 전년도(2760억79241만원)보다 감소했지만 지난 2016년 말 기준(1872억7336만원)으로 보면 2년 사이 756억1162만원 증가했다.

미청구 공사는 공사를 진행했으나,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채권을 말한다. 미청구 공사가 늘어났다는 것은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공사대금이 증가했다는 것인데, 이는 매출도 함께 증가한 것과 같은 의미다. 이에 추후 악성 미청구 공사로 번질 경우에는 잠재적 부실로 작용해 재무건전성도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매출액 대비에 일정 비율로 관리하게 된다면 위험요소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미청구 공사는 양날의 검과 같다"며 "수익을 보기 위해서는 그만큼 매출이 늘어야 하는데, 매출이 늘어나면 미청구 공사도 일시적으로 증가하게 마련이다"고 전했다. 이어 관계자는 "이에 미청구공사를 사업 리스크로 보기에는 다소 과한 부분은 있지만, 잠재적 부실 요인으로 바라봐야 하는 면도 있다"며 "수년째 보유한 장기 미청구공사는 재정적 부담뿐 아니라 하도급 업체까지 영향 미칠 수 있어 매출 대비 비율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견건설사들의 분양 물량도 감소하는 추세다. 중견건설사의 이달 분양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달 중견건설사가 공급하는 물량은 7878가구로 지난해 같은달(1만3247가구)에 비해 41% 줄어든다. 이중 4792가구는 수도권, 3086가구는 그 외 지역에서 분양될 예정이다. 중견건설사가 서울에 공급하는 물량은 48가구에 불과하다. 

건설업계는 분양 시장 내에서 미분양 리스크에 허덕인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5만9162호) 대비 0.8%(452호) 증가한 5만9614호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까지 하향세를 보였지만 올 들어 2개월 연속 증가하는 추세다. 중소·중견건설사는 지방 분양시장의 침체의 여파로 미분양주택(2월말 기준)은 5만9614가구로 이 중 87%(5만1887가구)가 지방에 포진해있다. 분양 시장 내 수요자들의 선호도도 높은 편은 아니다.  부동산 리서치회사 닥터아파트 조사에 따르면 만 20세 이상 회원 1067명을 대상으로 상반기 분양시장 소비자 선호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 상반기는 청약하기에 어떤 시기인가’라는 질문에 ‘나쁜 때’(약간 나쁜 때+매우 나쁜 때)라고 응답한 사람이 41.6%로 나타났다. 

중견건설사의 주요 먹거리였던 공공택지 발주 물량도 축소돼 향후 일감 확보에서도 고전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주택 사업에 치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한 절차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실적을 위해서는 분양에 나서야 하지만 분양을 해도  미분양이 되는 경우가 많고, 전반적으로 주택 시장이 위축되어 경영 환경이 어려워졌다"며 "주택시장에 치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해 사업 다각화가 절실해졌고, 향후 사업성 재고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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