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시대 맞은 두 그룹 변화 급물살…생존·발전 위해 기존 질서 얽매이지 않아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부문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 두 그룹의 교류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결단이 필요했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에서는 급변하는 시장환경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두 그룹의 협력은 3세 경영 체제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라면 기존 질서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모습을 잇달아 보여주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지난 1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 그룹은 수십년 동안 재계 1, 2위에 자리하면서 자부심이 남달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파트너십 체결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3세 총수 시대로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실용주의 사고방식을 가진 이 부회장과 정 수석 부회장은 과거 시스템에 집착하지 않고 있다.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라면 변화를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 모두 과거에는 서로에 대해 ‘안되지’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지만 최근 2~3년 사이에는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총수의 경영 스타일이 바뀌면서 내부의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두 총수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 수혈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의 미래전략 사업 요직에는 외부 영입 인사가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삼성은 AI·빅데이터·로봇·전장 등 미래 신사업을 이끌 수 있는 외부 핵심 인재가 속속 합류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미래자동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다.

최근 시장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두 그룹이 협업을 타진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삼성=전자', '현대차=자동차'로 뚜렷한 색을 갖고 있었다. 한때 삼성이 완성차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주력 사업 분야에서 경쟁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업종간의 경계자 점차 희미해 지고 있다. 융합이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연료전지 자동차가 부상하고, 전장은 정보기술(IT)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삼성과 현대차는 서로를 애써 외면하기보다는 시너지 확대를 통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 자동차에 IT 비중이 확대되는 만큼 삼성과 현대의 추가적인 파트너십 확대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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