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고분양가 단지 속출
대출규제로 무주택 실수요자 청약 문턱 높아
사전 무순위 청약 등 현금 부자 위주로 변질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손희연 기자]서울 아파트 신규 분양가가 3.3㎡당5000만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청약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출 규제가 강화돼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문턱이 높아지고 사전 무순위 청약 등으로 '현금부자'가 분양권을 가져갈 기회가 많아졌다.

업계에서는 무주택자 중심의 청약 제도가 사실상 실효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규제 완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5000만원에 달하는 단지가 나오고 있다. 올해 강남권 분양 스타트를 끊는 방배그랑자이의 분양가가 3.3㎡당 4500만원을 넘는 4687만원을 기록했다. 

방배그랑자이와 같이 올해 강남권 첫 분양단지로 관심을 모았던 디에이치 포레센트는 총 184가구 중 62가구를 일반분양해 3.3㎡ 당 평균 분양가 4569만원이었다. 전용 84㎡의 경우 14억1100만원~16억4450만원 수준이다. 해당 신규 단지들은 분양가격이 9억원이 넘어 중도금 집단대출이 힘들고 최소 10억원 이상의 현금이 있어야 계약을 할 수 있다. 향후 이곳의 청약 결과가 강남 분양 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배그랑자이는 총 758가구 규모 중 59·74·84㎡ 256가구를 일반 분양했다. 분양가는 최소 10억1200만원(59㎡)부터 17억3800만원(84㎡)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분양에 나섰던 래미안리더스원(4489만원)보다 3.3㎡당 분양가가 200만원 가량 높다. 지난 7일 진행된 방배그랑자이 1순위 청약접수 결과 256가구에 2092건이 접수돼 평균 8.2대 1의 경쟁률 기록했다. 59㎡A 타입 62가구에 824개의 통장이 몰려 13.3대 1의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업계 내에서는 방배그랑자이의 경우 전 가구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집단대출이 되지 않는 조건 속에서도 나름 우수한 청약 경쟁률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강남권 분양 단지들의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강남 분양가격이 3.3㎡당 5000만원에 달하는 수준까지 갈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정부의 재건축 시장의 규제로 서울 정비 사업이 위축되거나 사업이 지연되면서 장기적으로 서울 강남권 새 아파트 공급이 원활치 않아 강남권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달부터 ▲래미안 라클래시(상아2차 아파트),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개나리4차 아파트), ▲서초그랑자이(무지개아파트) 등이 분양을 예정 중이다.

이 가운데 대출 규제 강화로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으면 중도금 대출이 어려워지자 현금 여력이 부족한 분양권자가 발생해 미계약분이 속출하기도 한다. 이에 분양 공급자가 잔여물량을 방지하고자 사전 무순위 청약까지 진행하고 있다.  방배그랑자이의 경우 강남권에서는 처음 진행된 사전 무순위 청약 접수였는데 지난 2일과 3일에 걸쳐 6738건이 접수됐다. 

청약 시장 내에서는 결국 자금력이 되는 현금 부자들만 무순위 청약을 통해 청약통장 없이 분양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서울 강남 알짜 단지를 얻을 수 있는 건 현금 부자들이라는 것과 잔여 물량이 생겨도 무주택자는 현금 부자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분양가가 오르고 대출까지 규제하자 정작 무주택자 중심의 청약 제도가 실효성을 잃고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주택자를 위주로 한 정부의 청약 조건이 기회를 준다 해도 서울 내에서는 지금과 같은 고분양가를 감당할 무주택자가 드물어 미계약분이 발생하고 있고, 미계약분은 결국 현금 부자들에게 돌아가게 되는 상황이다"며 "무주택자에 한해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시키는 등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무순위 청약은 1·2순위 아파트 청약 이후 미계약(부적격자나 계약 포기) 물량을 추첨해 당첨자를 선정한다. 청약 통장도 필요 없고, 주택 소유 여부나 세대주 여부와도 관계없이 19세만 넘으면 누구나 새 아파트 분양권을 얻을 수 있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