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기조에 실종된 협치…文정부 개혁과제는 ‘콜콜’
“정치 1번지 청와대, 야당과 대화해야…출구전략 제안도”
어떤 정권이든 공과는 있기 마련이다. 이런 측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기도 ‘다사다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국제무대에 데뷔시킨 점이 공으로 꼽히면서도 소득주도성장 실효성 논란이나 이나 적폐청산에 대한 야권의 반발은 한계점으로 지적되는 식이다. 이에 미디어펜은 두 돌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분야별 공과를 세세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탄핵 대통령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태생적으로 ‘협치’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정치적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선서 행사에서 “진정한 국민 통합”에 방점을 찍힌 취임사를 낭독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집권 2년을 맞은 문 대통령의 협치 노력을 평가하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작금의 정치 상황만 놓고 보면 협치는 구호로만 남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는 곧 적폐청산 기조를 고수해 온 문재인 정부와 이에 반발하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 사이의 극렬한 대립이 불러온 풍경이다.

◇집요한 적폐청산…협치는 실종

적폐청산 기조는 자연스레 지난 보수 정권 9년을 겨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세월호 침몰 때 유가족을 사찰했다는 이유로 국군기무사령부가 해체됐고, 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 수집기능도 폐지됐다. 국정원·검찰·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안도 모습을 드러냈다. 채용 비리와 탈세 등 정부가 제시한 ‘8대 생활적폐’ 청산 작업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러는 와중에 탄핵 후유증으로 지방선거까지 망친 제1야당은 목소리를 낼 명분도, 반발할 정신도 없었다. 바닥을 친 지지율을 우선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였다. 민심으로부터 외면받게 된 한국당은 지방선거 이후 국회에서 무릎을 꿇었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혁신 노력에 힘을 쏟았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여야 구도는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한국당 전당대회 전후로 균형추를 잡기 시작했다. 숨어있던 보수 진영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한국당의 지지율도 점차 회복됐다.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반격을 가할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한국당호를 새로 이끌게 된 황교안 대표는 줄곧 문재인 정부와 날을 세우며 장외로까지 나가 있는 상태다.

문 대통령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보여진다. 적폐청산 기조가 강해질수록 야당으로부터의 반발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결국 문재인 정부는 이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을 배출한 한국당을 적폐로 인식하고 청산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물론 문 대통령의 협치 노력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모여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가 가동됐던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개혁법안 처리 등을 둘러싼 여야 대치 속에 유명무실화되는 데 그쳤다.

여기서 아쉬운 것은 이후 문 대통령의 행보다. 청와대가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협치의 책임도 청와대가 더 크게 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서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여야정 협의체 재가동을 위한 노력을 사실상 포기했다. 이에 야당도 대립각을 세우며 협치 무드는 사라지고 말았다.

◇패스트트랙에 폭발한 국회

지금의 국면을 여실히 드러낸 게 지난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벌어진 여야 충돌 사태다. 이로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와 함께 민생 현안까지도 다뤄야 했던 4월 임시국회는 끝내 ‘빈손 국회’가 돼버렸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성공 여부는 ‘협치’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패스트트랙으로 인한 이해득실을 따져보면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설치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정부 1호 공약일 만큼 중요도가 높아 민주당으로서는 반드시 처리해야 할 사안이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한국당의 강한 저항이 이어지면서 후폭풍이 따르고 있다는 것. 한국당은 공수처를 ‘대한민국 판 게슈타포’ ‘공포수사처’ 등으로 부르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 정상화가 요원해지자 지난달 25일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 처리는 불투명해진 상태다. 이달 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임기마저 종료되면 추경을 다룰 예결특위 구성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자 민주당은 물론 정부와 청와대도 “추경은 타이밍”이라며 조바심을 내고 있다. 

추경안뿐 아니라 그 외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야 할 개혁과제들도 국회에서 잠들어 있는 형국이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나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부패방지권익위원회법 개정안 등 반부패개혁 법안과 빅데이터 산업 육성을 위한 관련법 개정작업 등도 마찬가지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법안도 멈춰선 지 오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개혁과제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집권 1~2년 차와 달리 총선을 치르고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입법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제는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국당과의 협치 무드를 조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한국당이 요구하는 부분을 일정 정도 수용하면서 취할 것은 취하는 ‘양보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청와대는 대한민국 정치의 1번지인 만큼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정치 수준을 높이고 (대화를) 해야 할 책임이 분명히 있다”며 “청와대도 야당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 것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하고, 양보할 수 없는 부분에서도 충분히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출구전략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국회가 조속히 정상적으로 가동돼 정부가 제출한 추경이 신속히 심사되고 처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