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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北 미사일 도발 하자마자 ‘식량지원’, 시의적절한가
승인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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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9-05-08 1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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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1년 반 만에 군사훈련이라는 형식으로 무력도발 한지 4일째에도 정부는 북한이 쏘아올린 발사체에 대한 규명을 꺼리는 모습이다. 대신 정부는 북한에 식량 지원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한미 정부가 북한이 쏜 무기에 대해 공식적으로 ‘미사일’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로키’로 가는 것은 북한을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을 결정하고, 미국이 관여하지 않기로 한 것은 대화 재개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는 최근 올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417만톤으로 수요보다 159만톤이 부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최근 10년 사이 최악의 식량위기에 놓였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식량지원조차 전략적으로 판단해 거부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불리하다 싶으면 북한은 식량지원을 거부할 수 있다. 과거에도 북한은 인도적 지원을 여러 차례 거부해온데다 최근 들어 부쩍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전략적으로 식량지원을 거부할 경우 오히려 대화의 창구가 완전히 차단되면서 더욱 난감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어쨌든 대북 식량지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지지 의사를 받으면서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청와대가 “한미 양 정상이 대북 식량지원이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고 밝힌 이후 정부는 식량 지원을 공식화하고 방법‧규모 등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상태이다.

   
▲ 북한이 4일 오전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최대 비행거리 200㎞에 이르는 단거리 발사체 여러 발을 발사했다. 사진은 북한의 300mm 신형 방사포./연합뉴스


대북 식량지원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가 막힌 문 대통령의 ‘플랜B'라는 평가가 나온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 구조를 중시하는 문 대통령의 대체 카드인 셈이다. 문제는 미국이나 북한도 이에 따라 비핵화 협상을 시작하면서 기존 입장을 바꾸고 협상의 문턱을 낮출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한미 정상 통화 이후 청와대는 밝히지 않았지만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두 정상은 북한의 최근 동향과 FFVD 달성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밝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 식량지원을 지지했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아 미국의 입장에서는 강조하고 싶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통화하기 하루 전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먼저 통화한 뒤에도 “북한의 FFVD 달성 방법에 대한 양국의 의견 일치를 재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달 12일 시정연설에서 밝혔듯이 제재완화와 체제보장 조치 등이 뒤따르지 않으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기 힘들 전망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도 “한반도 평화는 미국 태도에 좌우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따라서 비핵화 협상에서 제재완화나 체제보장을 원하는 북한의 주장을 감안할 때 이번 식량지원이 현실화될 경우에도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는 상황 관리 정도의 의미를 가질 수는 있으나 북한을 핵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낼 지렛대로 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한미 정부 모두 외면해버린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는 한국의 걱정거리로만 남게 됐다. 미국은 일단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아니어서 넘겼을 수 있겠지만 앞으로 북한의 무력도발 수위는 점차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을 열었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실제 위협의 대상이 된 한국정부가 이 발사체에 대한 정확한 분석 결과와 함께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은 것은 큰 유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발사체를 북한판 이스칸다르(ISKANDER)라고 분석했다. 고체연료를 사용해 북한지역 어디서나 기습적으로 발사 가능한 탄도미사일로 김 위원장이 지난달 이 무기의 시험 발사를 현지지도했고, 이번에 실제 발사를 통해 실전배치 및 양산체제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발사체에 대해 “러시아의 9K720 이스칸다르 미사일(나토명 SS-20)만을 놓고 북한판의 제원과 성능을 유추해 보면 사거리는 아주 짧은 50~60km에서 500km까지 가능해 우리 한반도 전역이 범위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또 “걱정스러운 것은 다양한 비행궤도와 최종 단계에 진입각도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능해 사드 등 미사일 방어체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대화 궤도 이탈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한 무력시위 앞에서 시의적절한 대응도 하지 못한 문재인정부가 이제 와서 식량지원으로 북한 달래기에 나서면서 자칫 한미공조까지 깰 수 있다는 우려는 더 커졌다. 굶주린 북한주민을 위한 식량지원에 이견은 없겠으나 올해 안까지 협상 시한을 못 박아 둔 북한 당국이 식량을 받더라도 전횡할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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