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과 이인영 비주류의 '이변' 닮은꼴…청와대와 여당 관계설정 귀추
   
▲ 윤주진 객원논설위원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정치권에서 자주 인용되는 문구다. 하지만 민주주의 정치에서는 절대 권력이 절대 부패하기도 전에 직면하는 절대적 운명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것은 권력의 해체와 누수다. 그래서 이렇게 바꿔 말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와해된다."

민주주의 정치의 묘미는 정치권력의 동학적 다이내믹에 있다. 물론 독재 정치, 권위주의 체제에서도 권력은 늘 살아 숨 쉬고 변화한다. 1인 군주를 둘러싼 가신들의 권력 다툼이라고 해서 절대 '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북한의 고사포 처형과 느닷없는 재등장을 보면, 대하드라마 사극 뺨치는 스토리의 전개다.

하지만 민주주의 정치는 그 출렁임이 더 크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만 살아남는 '선거'라는 정치 이벤트는 정치인들의 끊임없는 합종연횡과 이탈 욕구를 자극한다. 배신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아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낙오자'보다는 차라리 배신자가 낫다. 그것이 민주주의 정치의 냉정한 현실이다. 그래서 절대 권력이 부패하기도 전에, 그 권력을 나누고 자르려는 이들은 반드시 등장하기 마련이다.

흥미롭게도 2015년 2월의 새누리당과 2019년 5월의 더불어민주당은 묘한 공통점을 보인다. 지금은 바른미래당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이 한 때는 '박근혜 여당'의 원내사령탑의 자리에 올랐었다는 사실, 그리고 '천상천하친문독존' 더불어민주당에서 비교적 비주류에 속하는 이인영 의원이 원내대표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 이 두 장면은 4년 3개월이라는 비교적 긴 시간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두 역사적 사건의 모습이다.

무리하게 공통점을 찾아 꿰어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새누리당과 이인영 원내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은 그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많아 보인다. 다만 대통령이 취임한지 만 2년을 꼬박 채운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청와대 권력으로부터 이질성이 감지되는 정치인이 원내대표직에 올랐다는 점은, 두 사건을 비교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공통 요인임에는 틀림없다. 무난하게 평가되던 주류를 꺾고 당선돼 '이변'으로 평가된다는 점도 유사하다.

   
▲ 8일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로 당선된 이인영 의원이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전 원내대표가 손을 들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늘 딜레마에 빠지는 고민일 수밖에 없다. 엄연히 행정부 수장과 입법부 일원인 두 집단은 상호 견제와 감시를 해야 할 운명이지만,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은 적어도 임기 초반에는 '절대 충성'을 과시하려는 속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정치적 자원을 가진 대통령이 여당을 길들일 수 있는 수단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평소 불만을 가진 여당 의원에게 청와대가 인사검증에 필요한 사전 질문 문항지만 자택으로 배송해도 그것을 받은 여당 의원이 다음날부터 태도가 변하더라는 우스갯소리마저 있다. 그만큼 청와대와 여당의 권력관계는 불평등하다.

그것이 지난 패스트 트랙 정국의 근본적 이유일지도 모른다. 청와대가 만들겠다는 공수처, 그것은 사실 여당 의원들에게도 겨눠지는 날카로운 권력의 칼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라고 해서 모두가 청와대 편, 소위 친문(親文)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내부 권력다툼이 훨씬 더 잔혹해지곤한다. 정적의 탄압은 훈장이 될 수도 있지만, 내부에서 벌어지는 공천 학살은 어디가서 하소연 할 곳도 없다. 더 잔인하고 냉정한 권력다툼이다. 그런데 공수처마저 청와대가 틀어쥐면, 소위 비문 나아가 앞으로 결성될 반문은 얼마나 공포에 떨어야 하겠는가. 

그럼에도 여당은 '거수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한국에서의 정치 현상이다. 그런데 현실은 현실이고, 그 현실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도 정치인의 몫이다. 청와대와 여당의 애매한 관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우리는 '권력구조 개편'이라는 보다 거시적 차원에서의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끄는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모습일까.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최후 결말은 결과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유승민 의원 본인에게도 모두 득이 될 것이 없는 결말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그 어정쩡한 결말이 바로 다음 해 보수정당의 비극사가 시작되는 씨앗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슷한 의미에서 이번 이인영 원내대표 당선은 더불어민주당에게 있어, 또 문재인 정권에 있어 적잖은 의미를 갖는 정치적 사건임에 틀림없다. 앞으로 청와대와 여당이 가져갈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벌써부터 흥미를 자극한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집권여당이 청와대 출장소를 자처하는 순간 '절대 권력이 절대 부패되는' 결과마저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윤주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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