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두산은 양의지(NC)를 떠나보낸 후에도 제 위치에서 큰 흔들림이 없다. 롯데는 강민호(삼성)를 붙잡지 못한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다. 결론적으로 두산은 양의지를 NC로 보내도 됐지만, 롯데는 삼성에게 뺏기기 전 강민호를 붙잡아야 했다.

양의지는 현 시점에서 국내 최고 포수이고 국가대표 주전 포수다. 그 이전 국가대표 안방마님은 강민호였다. 둘은 1년 차이를 두고 나란히 FA 이적했다. 2017시즌을 마친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강민호는 프로 데뷔부터 몸담았던 롯데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2018시즌 후 처음 FA가 된 양의지는 두산을 떠나 NC로 옮겼다.

최근 수 년간 한국시리즈 단골 멤버였던 두산이 양의지와 FA 계약을 하지 못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공수에서 전력 누수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기우였다. 물론 양의지의 공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두산은 '준비된 안방마님' 박세혁이 큰 무리없이 주전 역할을 해내고 있다. 장승현과 이흥련이 그 뒤를 받치며 가끔씩 마스크를 쓰고 안방을 지킨다. 9일 현재 두산은 1위 SK와 승차 없는 2위에 올라 있다. 
 
롯데가 강민호와 FA 계약을 하지 못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걱정대로였다. 강민호가 있던 2017시즌 3위였던 롯데는 지난해 7위로 떨어졌다. 올 시즌도 롯데는 연패를 거듭하며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김준태 나종덕 안중열이 번갈아 마스크를 쓰지만 확실하게 안방마님을 꿰찬 포수가 없다. 현재 롯데는 9위로 처져 있다.

   
▲ 사진=NC 다이노스, 삼성 라이온즈


양의지 없는 두산, 강민호 없는 롯데. 두 팀의 차이는 이런 것이다. 주전 포수가 빠져나간 구멍을 메울 자원이 준비돼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두산은 준비가 돼 있었다. 박세혁은 다른 팀에 가면 충분히 주전을 꿰찰 능력을 갖췄음에도 양의지의 백업을 하면서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박세혁은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보이지만 시즌 타율 0.289로 공격 면에서도 기여가 크다. 홈런은 1개뿐이지만 2루타 6개, 3루타 5개로 장타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2군에 내려가 있는 장승현의 타율이 0.286이고 이흥련은 5경기서 9타수밖에 소화하지 않았지만 4안타를 때려 타율은 0.444다. 타율 0.374에 8홈런 29타점을 기록하며 펄펄 날고 있는 양의지와 견줄 바는 아니지만, 두산은 박세혁을 중심으로 두터운 포수진이 양의지에 대한 미련을 서서히 지워나가고 있다.

강민호가 떠난 지 2년째가 됐지만 롯데의 안방은 여전히 허전하기만 하다. 이번 시즌에도 확실하게 안방마님을 꼽기가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29경기에 출전한 김준태는 타율이 0.167밖에 안된다. 23경기 나선 나종덕이 0.207, 15경기 출전한 안중열이 0.217의 타율에 머물러 있다. 포수의 자질을 타격으로만 평가할 수 없지만,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이 5.92로 최하위인 것을 보면 투수 리드 등에서 포수진이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강민호는 삼성 이적 첫 해였던 지난해 타율 0.269에 22홈런을 날렸고, 이번 시즌에는 타율 0.231에 5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전성기에 비해 타격감과 파워가 떨어진 것은 분명하지만 바닥으로 떨어졌던 삼성의 마운드 재건에 강민호가 적잖은 기여을 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두산은 양의지를 보내도 됐고, '포스트 강민호'에 대한 대비를 전혀 못하고 있던 롯데는 강민호를 붙잡았어야 했다. 지난해 실패를 맛보고도 양의지가 FA 시장에 나왔을 때 롯데가 눈길을 주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양의지가 NC로 이적해 얼마나 엄청난 일을 해내고 있는가.

구단이 어떤 비전을 갖고, 선수단 구성과 운영을 어떻게 하는지, 두산과 롯데는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는 성적으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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