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공급중단 무기로 원청 협박"
'1차협력사 갑질' VS '2차협력사 공갈' 논란 태광공업 사건, 상고 기각
정치권 '갑을 프레임' 활용 여론전 결국 무위로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갑질 피해자냐, 공갈 범죄자냐'로 논란이 됐던 현대자동차 1·2차 협력업체간 분쟁이 결국 대법원 판결에서 '2차 협력사의 공갈'로 결론이 났다. '납품중단'을 무기로 1차 협력사 서연이화를 협박한 2차 협력사 태광공업 전 경영진에게 실형이 확정된 것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0일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각각 징역 2년 6개월과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손영태 태광공업 전 회장과 손정우 전 사장의 상고심에서 상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른바 '태광공업' 사건은 2차 협력사가 가해자고 1차 협력사가 피해자인 사건으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손영태, 손정우 부자는 그동안 영세한 부품사의 납품 중단 행위를 공갈죄로 처벌하는 것은 과하다고 주장해 왔고, 이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 사건에 '갑을 프레임'을 씌워 '하도급 거래의 대표적 갑질 사례'로 거론하며 여론화하기도 했다. 

손 부자를 기소한 검찰은 물론, 1·2심에서 유죄로 판결한 법원도 '국가형벌권의 과잉 적용'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피해자인 서연이화는 오히려 '부도덕한 갑질 기업'으로 낙인찍혔다.

하지만 법원은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실형을 확정한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태광공업 전 경영진은 재정 상황이 악화되자 서연이화 등 1차사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서연이화는 태광공업의 높은 부채비율 등을 이유로 들어 자금 지원을 거절했다.  

이에 태광공업은 '부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뒤 서연이화에 회사를 인수할 것을 요구했고, 부품을 공급받지 못할 경우 현대자동차로 납품길이 막히게 되는 서연이화는 불가피하게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태광공업 전 경영진은 2차례에 걸쳐 서연이화와 합의서를 작성하고 경영권을 넘겼다. 

이후 서연이화는 본 경영권 인수계약이 협박에 의한 것이므로 무효임을 선언하고, 피고인을 공갈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1·2심에서 법원은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부품공급 중단 및 금형 이관 거부 등의 강한 의사 표시를 하며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결품 사고를 낼 것처럼 협박해 50억원을 갈취하고, 피고인의 463억원 상당의 연대보증채무를 서연이화가 면책적으로 인수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재산상 이득을 취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일부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1차 협력사 서연이화의 불합리한 단가인하 정책 등 소위 갑질로 인한 태광공업의 피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하지만 피해를 어느 정도 당한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 같은 범행을 합리화할 수 있는 사정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태광공업의 재정 악화는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거래 관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을 배제할 수 없으나, 부품 공급 중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1차사(서연이화)의 약점을 이용해, 험악한 언동을 하며, 피해회사를 궁박한 상황으로 내몰았다고 명확히 적시했다. 

또한 피고인이 이 사건의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죄책을 피하려는 데에만 급급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오랫동안 서연이화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했고, 서연이화의 농간으로 경영권까지 빼앗긴데다가 공갈, 협박으로 고소까지 당했다며 서연이화를 부도덕한 갑질 기업이라고 시종일관 비난하고 원망 섞인 감정을 표출하고 있어, 개전의 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법인회생을 신청함으로써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에서 벗어나고, 회생계획 인가를 통해 태광공업을 운영하는 등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었다고 보이는 등 힘들더라도 법질서 내에서 합법적이고 정당한 방법과 절차를 통해 피해를 극복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피고인이 범행 전후 현금을 인출하고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들어 유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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