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 사업으로 손꼽히는 발행어음 시장규모가 올해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양분하고 있는 현 상태에서 KB증권이 조만간 가세하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초대형IB 대열에 곧 가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IB들의 발행어음 시장 규모가 올해 안에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현재 해당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두 회사의 영업 실적만으로 달성 가능한 금액이다. 두 회사의 발행어음 수신 잔고는 8조 5000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이 5조4000억원, NH투자증권이 3조1000억원을 기록 중이다.

   
▲ 사진=연합뉴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들에게 부여되는 ‘초대형 IB’ 지위를 가진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의미한다.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어음을 판매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기업대출·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할 수도 있다.

올해 발행어음 시장규모가 1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각 회사들이 수신잔고를 확장시킬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말까지 발행어음 수신 잔고를 6조원까지 늘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 역시 4조원을 목표로 내걸었다. 선발주자인 한투와 후발주자인 NH가 6대4로 시장을 분할하는 모양새다.

내년 이후까지로 시야를 확장하면 시장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변이 없는 한 내달부터는 KB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에 가세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KB증권이 오는 15일 금융위 의결 절차까지 거치면 금융투자협회 약관 심사 후 곧장 발행어음 사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올해 발행어음 판매로 1조 8000억원 정도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시장 규모는 약 12조원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 사진=미디어펜


추가적인 변수로 최근 급부상한 회사는 신한금융지주 산하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10일 정기 이사회에서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6600억원의 출자를 결의했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투자는 일단 초대형 IB로 발돋움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켰다. 작년 말 현재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3조 3641억원이기 때문에 이번 출자액을 더하면 자기자본 4조원 요건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주요 증권사들의 잇따른 발행어음사업 도전으로 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신한금투의 라이벌인 하나금융투자, 그리고 최근 연이어 호실적을 기록한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차기 초대형IB 후보로 거론되는 모양새”라면서 “내년 이후 발행어음시장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속도감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반면 또 다른 대형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의 전망은 아직 밝지 못하다. 미래에셋대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 삼성증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이 각각 걸림돌로 작용해 언제 인가를 받을 수 있을지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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