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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해야”…리디노미네이션 군불 지피는 정치권
여야 ‘리디노미네이션 추진’ 한목소리…부작용 ‘경고’도
승인 | 김동준 기자 | blaams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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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9-05-13 16: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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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김동준 기자] 화폐단위를 바꾸는 ‘리디노미네이션’과 관련, 각계의 찬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정치권이 공론화에 나섰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화폐개혁,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토론회에서는 화폐단위를 낮추는 데 대한 다양한 견해가 맞섰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단위를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화폐의 액면 금액을 1000원에서 1원으로 낮추자는 게 현 리디노미네이션 논의의 골자다. 5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이 5원이 되는 식이다.

◇리디노미네이션 없다고 했지만…

최근 리디노미네이션 논란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논의를 한번 할 때가 됐다”고 언급하면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그러나 해당 발언 직후 시장이 요동칠 기미를 보이자 이 총재는 “원론적 차원에서 말한 것이다. 추진 계획이 전혀 없다”며 진화에 나섰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현 상황에서) 논의할 일이 전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 리디노미네이션은 지난 2000년대 초·중반 본격적으로 논의된 바 있는 의제다. 2003년 박승 당시 한은 총재가 1000원을 1환으로 바꾸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했던 게 대표적이면서도 유일한 사례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파동 등 물가상승 우려가 겹치자 당시 노무현 정부는 리디노미네이션을 반대했다. 결국 10년 넘게 리디노미네이션 논의는 진척되지 못했다.

이날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박 전 총재는 “리디노미네이션은 안 하고는 안 될 일이다. 그 적기가 지금이냐 5년 뒤냐 10년 뒤냐의 문제”라며 “화폐단위 변경은 0을 세 개 떼어 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원-달러 환율이 1000대1인 (화폐) 후진성을 고쳐야 한다”고 피력했다.

토론회 말미에는 박운섭 한은 발권국장도 “한은 입장은 박 전 총재가 말한 것처럼 언젠가는 (리디노미네이션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과거 추진 과정에서 제대로 진도가 안 나갔던 경험 때문에 지금 국회에서 이야기하는 게 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보탰다.

◇정치권, 리디노미네이션 ‘공감대’

일단 정치권에서는 여야 막론하고 리디노미네이션 추진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모양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 전 총재와 함께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및 심기준, 최운열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물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 소속된 박명재·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도 참석했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회원국 중 1달러당 환율이 네 자릿수인 유일한 국가로 경제 위상에 맞지 않는 화폐단위를 가지고 있다”며 “이번에야말로 초당적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장기적인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대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의원도 환영사에서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 찬반이 나뉘지만, 화폐와 경제 현실 간 괴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리디노미네이션 도입 논의를 무한정 덮어둘 수만은 없다는 것에 큰 이견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경제가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밝혔다.

◇“일부 경제 주체들 손해 볼 수도”

다만 리디노미네이션에 따른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지목되는 것이 물가상승이다. 9500원짜리 물건이 화폐단위 변경 후 10원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시장 내에서 약한 협상력을 가진 경제 주체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기도 하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협상력이 낮은 경제 주체들의 시간당 임금은 6800원이 6원이 될 수도 있다”며 “화폐개혁에 따라 올림, 내림, 반올림하다 보면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금 없는 사회’라는 경향성이 짙어질수록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회의론도 나왔다. 리디노미네이션에 따른 각종 사회적 비용은 물론 1998년 일본의 실패 사례와 같은 가능성을 무릅쓰고서 굳이 추진해야 하느냐는 주장이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신용카드 사용량이 화폐 사용량의 2배가 되는 상황인데, 화폐라는 게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화폐개혁에 성공했던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되레 경제적 ‘낙인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터키인데, 2005년 리라화 화폐개혁을 단행했지만, 어제자 기준 은행 간 금리가 25.5%”라며 “최근 화폐단위 변경이나 화폐개혁을 한 나라 중에 경제가 안정적인 선진국이 있느냐.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 입장에서는 (리디노미네이션이) 이상하게 여겨질 수 있다”고 했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또 경제 주체들 사이에서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1960년대 화폐개혁에서 경제 주체들에게 상당한 트라우마를 줬다”며 “‘지하자금을 발본색원해서 응징하겠다’,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해서 혼내겠다’ 등이었다”고 했다.

   
▲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화폐개혁,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토론회에서는 화폐단위를 낮추는 데 대한 다양한 견해가 맞섰다./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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