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토종 최장신 센터 하승진(34)이 은퇴를 전격 선언했다. 11년간 몸담아온 KCC에서 재계약 제의를 못받자 은퇴 의사를 직접 전했다.

전주 KCC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신장 221cm인 '골리앗' 하승진은 14일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2019년 5월 FA 1차 협상 기간은 그 어느 때보다 가장 길게 느껴졌던 보름"이라며 "은퇴를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FA 협상 불발에 따라 은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팀이 협상 테이블에서 재계약 의사가 없으니 자유계약 시장으로 나가보라고 힘들게 얘기를 꺼냈다"면서 "찰나의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보상선수도 걸려 있고 금액적인 보상도 해줘야 하는 나를 불러주는 팀이 있을까', '혹시 다른 팀에 가더라도 적응하고 잘할 수 있을까', '말년에 이팀 저팀 떠돌다 더 초라해지는 거 아닌가' 이런 고민들을 해보니 전부 다 힘들 것 같았다. 아쉽지만 은퇴를 결심했다"고 어떤 과정과 생각을 거쳐 은퇴를 결심했는지 전했다.

   
▲ 사진='더팩트' 제공


하승진은 "스물네살 청년이 11년 동안 이 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둘도 없이 사랑하는 한 여자의 남편이 됐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이 팀에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KCC 구단과 팬 여러분 덕분이다. 이렇게 넘치는 사랑을 받았는데 보답해 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프로선수 생활을 되돌아봤다.

하승진은 KCC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예전에 '나중에 은퇴하면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라는 질문을 두세 번 받은 적이 있다. 간단한 대답일 수도 있는데 한참 생각하다 대답이 안 떠오른다며 몇 년 뒤에 은퇴하면 다시 물어봐달라고 했던 적이 있다"며 "이제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KCC이지스에서 몸과 마음, 열정을 불태웠던 선수'"라고 KCC의 레전드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끝으로 하승진은 향후 계획에 대해 "그동안 선수 생활을 하며 너무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것 같다. 이제 주위를 좀 둘러보며 살아가도록 하겠다. 인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작 인생의 3분의 1이 지나간 것일뿐. 이제부터 넓은 세상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삼일중-삼일상고-연세대를 거쳐 2008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돼 KCC에 입단한 하승진은 통산 347경기에 출전해 평균 11.6득점 8.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데뷔 때부터 빼어난 활약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2008-2009시즌 KCC 우승을 이끌었고, 2010-2011 다시 한 번 팀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안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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