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 오르면, 현대·기아차 연 3300억 이익…대한항공 790억 환차손 발생 예상
전자·자동차 수출효과 제한적, 항공은 긴장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담판이 사실상 결렬되며 우리의 원화 가치가 하락됨에 따라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번 환율 이슈는 전자와 자동차 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겠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제유가 상승과 항공 리스 금융비용에 발목 잡힌 항공업계는 환율 상승 분위기에 긴장 중이다. 정유업체들의 경우 업체마다 상이하지만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수출화물이 선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200원 턱밑까지 오르면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이 실적 상승에 동력을 얻고 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약세가 지속됨에 따라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완성차,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은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해외 시장에서 제품을 팔기에 유리하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달러로 표시되는 수출가격이 내려서 제품을 수출하고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면 이익이 더 많이 남게 된다.  

시장에서는 미·중 무역분쟁 확산에 강달러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협상 이전부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 매수심리를 자극했는데 최종 결렬 직후 달러는 강세로 급전환됐다.

수출 중심의 국내 기업들은 당장 달러강세로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당장에 자동차 업계는 환율하락과 신흥국 통화 약세 심화 등 외부요인 탓에 수익성 하락을 겪고 있다. 같은 물건을 팔았음에도 들어오는 수익이 적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미래 경쟁력 제고 명목의 투자비용 증가가 이어지면서 원가율이 상승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달러 강세가 시작되면 당장 수익성 방어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체질변화와 제품 경쟁력 강화에 기인한 게 아닌, 외부효과 때문에 생기는 수익인 만큼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능과 내구성, 브랜드 이미지 등 제품의 기본적인 경쟁력을 확대해서 얻어낸 게 아닌 만큼, 언제든지 다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나아가 환율의 지속 상승보다 정책 리스크에 따른 단기반응일 수 있다는 보수적 의견도 밝혔다. 

기타 브랜드의 경우 당장의 변화가 바로 적용이 되지 않아 아직은 예의주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품사의 경우 안타깝게도 수출의존도가 낮아 환율에 관련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자업계 역시 사정은 완성차 업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둔화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나아가 D램 출하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평균 가격마저 두 자릿수 이상 빠지면서 수익성 방어에 실패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출하량이 늘어도 평균 판매가격이 그 이상으로 하락한 탓이 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달러 결제가 사실상 대부분인 반도체의 경우 원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당장에 수익성 방어에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전자업계 역시 올해부터 중국의 물량공세가 본격화되면서 제품 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환차익으로 이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철강 업종은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진 않는다. 특히 원자재 거래를 선물가로하기 때문에 이번 환율 이슈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이론상으로 철강석과 슬라브 등 원재료는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불리한 반면 철강 제품 수출 확대에는 호재로 적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주요 철강사 가운데 수출은 포스코가 전체 생산의 50%, 현대제철이 30%를 각각 차지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환율은 철강 업체에 양날의 칼이다”며 “경영실적에 환율 영향이 크게 작용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대부분 수출계약을 맺는 조선업도 환율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진 않는다. 원화 값이 떨어져도 거래액이 고정되는 환헤지 계약을 맺고 있어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마다 헤지 비중은 각기 다르지만 환율이 오르는 게 해외 조선업체들에 비해 비용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떨어지는 것보단 사업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악조건 속에서 경영을 지속해온 항공업계에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 탓에 사실상 긴축재정을 시작한 항공업계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실질적인 수익성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운임으로 생긴 수익(달러)이 예전보다 줄어드는 상황에, 같은 항로를 운영하기 위한 유류비는 더 많이 지출해야할 상황이다. 

3조1000억원 수준이었던 대한항공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 기간에 영업이익은 무려 19.5% 하락한 1338억 원에 머물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때 대한항공의 연간 영업이익은 약 2065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영업이익이 추가로 217억 원 수준 줄어든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른 환차손 역시 무려 77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부 환경적 요인이 긍정적이지 않지만 가장 큰 부담이었던 대형기종에 대한 투자가 일단락된 만큼 유가와 환율에 따른 부정적 효과는 일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