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세대교체 본격화'...LG·한진·두산 등 재벌 3·4세 전면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LG·한진·두산 등 대기업의 동일인(총수)을 재벌 3·4세로 새로 지정했다.

작년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롯데 신동빈 회장에 이어 '정부 공인' 총수가 올해에도 대거 물갈이됐다.

공정위는 15일 '2019년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 기존 총수가 사망한 그룹의 총수를 그 차세대인 3세나 4세로 지정하며, '총수 세대교체'를 공식화했다.

일단 LG그룹의 총수를 작년 5월 별세한 구본무 회장에서 4세대인 구광모 회장으로 변경했다.

그는 창업주 구인회 전 회장과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에 이어 4세대 총수로,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이지만, 지난 2004년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되며 일찌감치 LG가의 후계자로 낙점된 바 있다.

공정위는 또 지난 3월 별세한 박용곤 명예회장에 이어 4세인 박정원 회장을 두산그룹 총수로 지정했는데, 박정원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박두병 창업 회장의 맏손자로, 박두병 회장의 부친인 박승직 창업주부터 따지면 두산가 4세다.

구광모·박정원 회장은 공정위가 1987년 총수 지정을 시작한 이래 처음 지정한 4세대다.

총수 지정에 내부 잡음이 일면서, 이번 대기업집단 발표가 2주 연기되는 원인을 제공한 한진은 조원태 한진칼 회장의 총수 지정이 공정위 직권으로 이뤄졌다.

조 회장은 조중훈 창업주의 손자이자 지난달 별세한 조양호 회장의 아들로 3세다.

앞서 공정위는 작년 삼성 이재용 부회장(3세)과 롯데 신동빈 회장(2세)을 총수로 지정하며 재계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았다.

올해 총수를 변경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총수가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면서, 3·4세로 총수를 바꿔 지정할 가능성이 있는 대기업집단도 다수다.

현대차그룹은 승계작업을 벌이고 있는 정의선 그룹 총괄수석부회장(3세)이 대기하고 있는데, 그는 정주영 창업주의 손자다.

효성은 조석래 명예회장이 2017년 퇴진하고 아들인 조현준 부회장(3세)이 회장으로 승진하며 총수 변경 가능성이 있는데, 조현준 회장은 조홍제 창업주의 손자다.

코오롱 그룹 역시 창업주 이원만 회장의 손자인 이웅렬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올해에도 총수로 지정됐는데, 이웅렬 회장의 장남이자 4세인 이규호 전략기획담당 전무가 총수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올해도 대림그룹 총수를 이준용 명예회장으로 유지했지만, 내년께에는 3세인 이해욱 대림산업회장을 총수로 지정할 공산이 있다.

총수는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 사람으로, 누가 되느냐에 따라 계열사 범위가 바뀌게 돼 공정위 재벌정책의 기준점으로 평가된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대기업집단의 총수 변경이 대거 이뤄짐으로써, 대기업 지배구조상 세대변화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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