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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조차 못 되는 한국 스타트업, 무엇이 문제인가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단순 취업 못한 청년들, 함부로 창업 말아야"
승인 | 박규빈 기자 | pkb21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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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9-05-16 11: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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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삼성 뉴스룸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세는 미국이나 중국을 웃돌았지만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회사 덩치가 더 커지는 비율은 두 국가에 비해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미·중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스타트업계는 45억달러(약 5조원), 미국 스타트업계는 991억달러(약 117조원), 중국 스타트업계는 1131억달러(약 134조원) 규모의 투자액을 유치했다.

한국 스타트업이 유치한 총 투자액의 연평균 증가율은 106%를 기록해 미국(21%)과 중국(94%)을 웃돌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유치금액은 미국이나 중국의 경우에 비해 5%에도 채 못 미친 미약한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 GDP 대비 스타트업 투자 비중도 역대 최고인 0.28%를 기록했다. 미국은 0.48%, 중국은 0.84%로 집계됐다.

대(對) 스타트업 주요 투자 주체는 한국은 정부, 미국은 정부와 스타트업 보육을 담당하는 액셀러레이터, 중국은 미국계 벤처캐피탈(CVC)로 나타났다.

한국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는 수년 새 양적으로 크게 커졌지만,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스케일업(Scale-up)이나 투자금을 회수하는 엑시트(Exit) 비율이 굉장히 낮아 △창업 △성장 △회수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2013∼2015년 시드나 엔젤 투자를 받은 한국 스타트업은 138개로, 그 중 M&A나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엑시트에 성공한 곳은 5.8%(8개 수준)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선 8667개 스타트업 중 12.3%(1066개 수준)가 엑시트했다. 엑시트 성공 비율이 2배 넘게 차이나기도 하지만, 성공한 기업 수는 133배에 달한다.

무협 보고서는 "투자금을 회수해 재창업·재투자 하는 것이 엑시트인데,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형성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한국 스타트업은 초기 투자금은 유치를 잘 하는데, 성장 단계부터는 투자가 줄어들어 운영의 한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국 스타트업은 1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지닌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한국은 138개 스타트업 중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비율이 1.4%에 그쳐 2개 수준에 머물렀다. 중국은 6.8%로 비율상 5배에 육박했다. 미국은 스타트업이 8667개에 달하는 반면 비중은 0.3% 적었지만 30개가 유니콘으로 성장하는데 성공했다.

흔히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스케일업을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을 보이곤 한다. 각종 세제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스타트업계는 피터팬 증후군을 보이기는 커녕 투자금 회수(엑시트)도 못해 제 자리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에 한국 스타트업계가 관제 스타트업 생태계의 타성에 젖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청년 창업가들의 역량 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승욱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에서는 스타트업을 정부가 주도해 육성하는데, 시작부터 관치 사업이기 때문에 효율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면서도 "청년 사업가들의 개인 능력 문제도 한 몫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반(反) 대기업 정서에 기반해 국가 경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보겠다는 심산으로 스타트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스케일업에 성공한 유니콘 기업이면 모를까, 사업 시작만 한다면 아무 스타트업에나 지원금을 마구잡이식으로 뿌리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초기 단계부터 철저한 검증 없는 대(對) 스타트업 정부 지원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최대 출자자인 국내 스타트업계에서 엑시트도 못하는 스타트업이 마구 생겨나는 건 정책 실패"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청년 사업가들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단순히 취업을 못해 창업하는 청년들의 경우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창업 정신은 높게 살만하겠지만, 책임감 없이 시작하는 것 자체는 대단한 게 아니다. 이 같은 청년들이 창업을 할 경우 과연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애먼 창업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 혈세만 드는 건 아닌지 굉장히 큰 의구심이 들기 때문에 역량이 달리는 청년들은 함부로 창업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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