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드라마 얘기다. 신부님이 조폭과 맞짱도 마다않으며 사회적 악의 무리들을 깨부수기 위해 돌려차기를 날린다. 의사선생님이 사이코패스 재벌을 응징하기 위해 치명적인 약물이 담긴 주사바늘을 꽂는다. 특별근로감독관이 악덕 기업주를 혼내주고 망나니짓을 일삼는 재벌2세를 업어치기로 메친다.

최근 인기리에 방송됐거나 방송 중인 '열혈사제'(SBS), '닥터 프리즈너'(KBS2),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MBC)의 내용들이다.

'열혈사제'의 주인공 김남길은 사제복을 입은 신부님이다. '닥터 프리즈너'의 주인공 남궁민은 교도소 의료과장인 외과 닥터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주인공 김동욱은 제목 그대로 근로감독을 하는 고용노동부 소속 공무원이다.

이들이 드라마에서 상대한 적들(?)을 보자. 김남길은 검찰-경찰 고위 간부와 정치가, 조폭 출신 사업가들로 형성된 악의 카르텔을 깨부수기 위해 그야말로 동분서주 뛰어다니고 싸움을 했다. 남궁민은 그룹 지배권을 손에 넣기 위해 친부 살인, 권력기관과 유착 등을 서슴지 않는 재벌 및 그의 하수인들과 치열한 두뇌싸움, 몸싸움을 벌였다. 김동욱은 근로자들을 착취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기업주나 나쁜 짓만 골라 하는 재벌2세의 전횡을 막기 위해 온몸을 던지고 있다.

   
▲ 사진='열혈사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닥터 프리즈너' 포스터


이들은 일종의 '다크 히어로'다.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김남길은 사제복을 입고서도 툭하면 싸움질이다. 남궁민은 의사 가운을 입었지만 악당을 처치할 때는 눈 한 번 깜짝이지 않는 강심장이다. 김동욱도 법보다는 주먹이 먼저 나가는 스타일이다.

아무리 날고 뛰는 주인공이라지만 혼자서 거대한 악의 세력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주위에서 이들을 도와주는 인물들이 있다. 김남길의 주요 우군은 검찰에서 찍힌 똘끼 충만 여검사, 무기력의 끝판왕 같았던 경찰, 그리고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알바 전문 사회적 루저 등이다. 남궁민은 재소자 시절 사귀었던 범죄자들의 실질적 도움을 많이 받았고, 동료 의사나 간호사 등이 조력자로 나서줬다. 김동욱은 과거 제자가 운영하는 사설 심부름센터 덕에 도청, 감청, 정보 빼내기 등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고 힘없는 근로자, 알바생들의 도움도 적잖게 받았다.

사회악을 응징하는 것이 기둥 줄거리인 드라마 주인공들이 실제 수사권과 정보력이 있고 방대한 조직을 갖춘 힘있는 권력기관인 검찰, 경찰과는 거리가 멀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검찰, 경찰들은 대부분 부패했거나, 권력이나 재력가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친다.

단지 허구의 드라마이기 때문일까. 정작 사회악과 맞서 싸우고 척결하는 주역이 돼야 할 검찰, 경찰은 무엇을 하고 있어 사제와 의사, 공무원이 이렇게 열일하게 만드는 걸까.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나 '고 장자연 사건' 재조사로 한국 사회가 들썩였다. 연예인들의 일탈, 범법 행위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연예인을 죽음으로 몰고간 사회 유력자들의 은밀한 밤문화가 혀를 차게 만들었다. 와중에 경찰·검찰과의 유착 의혹, 봐주기 수사 의혹 등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열혈사제', '닥터 프리즈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호응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 시청자들이 이런 드라마에 환호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검·경 수사권 갈등이 최근 핫한 이슈다. 상당수 국민들은 이 이슈에 무관심하거나 외면한다. 편 갈라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것 같은 뉴스를 보다 짜증을 내며 '열혈사제' 같은 드라마 하는 데 없는지 채널을 돌린다.

'열혈사제'는 최종회에서는 시즌 2로 컴백할 것을 예고했다. 드라마 팬으로서 반가웠다. 한편으로는 '열혈사제 2'가 제작된다면, 우리 사회는 그 때까지도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굴러가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덧붙이기 : 일선 지구대 경찰관들의 노고를 생생히 담은 '라이브'라는 감동적인 드라마도 있었습니다. 일부 욕 먹는 경찰, 검찰이 있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국민들의 안전과 사회 정의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경찰, 검찰 관계자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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