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국면 놓고 공감대…한국당선 ‘보수통합’ 거론도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바른미래당이 새 원내사령탑에 바른정당 출신 오신환 원내대표를 선출하면서 자유한국당과의 공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오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등 여권에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냉랭해진 국회 정상화를 위한 ‘조건’을 제시한 상태다.

한국당도 일단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각론에서는 견해에 차이가 있더라도 큰 틀에서는 바라보는 방향이 같아서다. 한국당은 줄곧 국회 파행의 책임은 민주당과 청와대에 있다고 공세를 펼쳐왔다.

16일 오 원내대표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찾았다. 웃고 악수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오 원내대표가 19대 국회 입성 당시를 회상하며 나 원내대표를 ‘은인’이라고 칭하자 나 원내대표도 “당시 보궐선거 동지들끼리 모이기도 했다. 관악의 뜨거운 여름을 기억하며”라고 답했다.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에는 ‘패스트트랙 강행에 대한 사과’를, 청와대에는 ‘1대1 영수회담 형식의 5당 대표 만남’을 제안한 오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국회를 정상화하는 데 있어 민주당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며 “나 원내대표가 받아주면 국회 정상화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여권 책임론에 무게를 싣는 오 원내대표의 언급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원천무효를 전제로 사과해야 다음을 얘기할 수 있다”며 “모든 과정은 불법이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던 오 원내대표보다는 좀 더 강경한 모습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같은 지향점을 두 당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공조 가능성이 제기된다. 선거제 개편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경수사권 조정 등 패스트트랙 상정 사안에 대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같은 목소리를 낼 공산이 커졌다는 얘기다. 앞선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오 원내대표는 한국당 소속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과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한 행동을 같이하기도 했다.

다만 오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지정은 번복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어 한국당처럼 아예 패스트트랙 철회를 주장하는 식의 행보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야권 관계자는 “오 원내대표의 구상은 여야 사이의 사안별 가교역할을 함으로써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은 ‘보수대통합’ 카드를 다시 한번 꺼내 들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유튜브 방송 ‘김광일의 입’에 출연, “미우나고우나 한국당은 우파의 중심정당”이라며 “우파는 이제 통합돼야 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서부터 대한애국당까지 포용해야만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 원내대표는 “좌파독재 정권에 맞설 우파 빅텐트가 목표”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전날 황교안 대표가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정치 세력이 하나 돼 잘못된 정책을 막아내는 일에 힘을 모으겠다”고 한 데 이어서 나온 것이다. 한국당 지도부로부터 연달아 보수통합론이 거론된 것은 바른정당 출신과 안철수계가 바른미래당 일선에 나선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예방했다./바른미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