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KIA 타이거즈가 시즌 초반 감독이 사퇴하는 사태를 맞았다. 김기태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KIA 구단은 16일 kt 위즈와 광주 홈경기를 앞두고 김기태 감독의 자진 사퇴 소식을 전했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17일부터는 퓨처스(2군) 팀을 맡고 있던 박흥식 감독이 대행으로 남은 시즌 KIA를 이끌어간다. 

김 감독의 사퇴 이유는 알려진 그대로 성적 부진 탓이다. KIA는 김 감독의 마지막 경기마저 kt에 3-6으로 패하며 6연패에 빠졌고, 13승 1무 30패(승률 0.302)로 꼴찌다.

성적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이 있는 감독이 최악의 성적에 떠밀려 물러나는 것 자체는 흔히 있는 일이고 또 당연해 보인다.

   
▲ 사진=KIA 타이거즈


하지만 '지금 그래야 했나' 하는 아쉬움은 분명 있다.

KIA는 시즌 144경기 가운데 44경기를 치렀다. 정확히 100경기가 남았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먼데 감독이 사퇴하고 대행 체제로 100경기를 치러야 한다.

KIA는 달라질까. 성적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까. 아니면 이번 시즌은 깨끗이 포기하고 다음을 위해 새판 짜기에 돌입해야 할까.

시즌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다. 팬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그럼에도 남은 시즌 KIA의 전망은 솔직히 비관적이다. 

박흥식 감독대행이 얼마나 팀 분위기를 빨리 수습하고, 프런트가 부진한 외국인선수 정리나 트레이드 등을 통한 전력 보강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선수들이 얼마나 각성하고 분발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시즌 중 감독 사퇴와 대행 체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든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지난해 NC 다이노스 사례도 있다. 김경문 감독이 6월초 전격 퇴진하고 유영준 단장이 감독대행을 맡아 남은 시즌을 지휘했다. 당시에도 표면적 이유는 꼴찌로 떨어진 팀 성적 부진이었고, 내부적으로 구단과 감독 간 갈등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대행 체제의 NC는 결국 전혀 반등하지 못한 채 창단 후 첫 꼴찌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상당수의 KIA 팬들이 김기태 감독의 퇴진을 요구해왔다. 지난 2017시즌 KIA를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발휘했던 김기태 감독이다. 2016년과 2018년에는 5위로나마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김기태 감독이 결코 무능한 지도자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지난 시즌 후 임창용 방출 건으로 많은 팬들이 김기태 감독에게 등을 돌렸고, 올 시즌 초반 KIA가 여러가지 이유가 겹치며 꼴찌로 떨어지자 팬들은 김기태 감독에게 강도 높은 비난과 책임 추궁을 했다.

LG 감독에서 물러날 때와 마찬가지로, 김기태 감독은 가장 아프면서도 손쉬운 '자진 사퇴'로 바닥에 떨어진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감독 교체(대행 체제)와 상관없이 KIA는 오늘도 내일도 경기를 하고, 다음 달에도, 9월까지도 경기를 이어가야 한다. 열성팬 많기로 유명한 전통의 명문 구단 KIA 타이거즈가 2019시즌 많은 과제를 잔뜩 안고 순탄치 않은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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