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감소와 고용시장 찬바람…경기 전망 불안에 신산업 경쟁력↓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정부와 재계의 괴리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 등 기존 경제정책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기업들은 대내외 환경 악화 등에 따른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의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각종 지표가 우리 경제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기업들은 경영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를 주저하는 가운데 신성장동력 경쟁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미래 경제 지형도를 바꿀 수 있는 유니콘 기업의 탄생도 경쟁국들에 뒤지는 모습이다.

우리 경제와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의 설비 투자는 지난해 이어 올해도 감소할 전망이다. 17일 KDB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업종별 설비투자는 약 170조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181조원)보다 11조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2017년 189조원 이후 2년연속 설비투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는 수출을 이끌고 있는 주력 산업 대부분이 지난해보다 설비투자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3.1%), 전자부품(-5.1%), 자동차(-11.7%), 화학제품(-6.5%) 등이 투자를 축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미중 무역분쟁과 환율 등 변수가 급증하고 있다. 무턱대고 투자와 고용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존에 계획했던 투자 계획도 재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몸을 움츠리면서 양질의 일자리도 늘지 않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자 수는 124만5000명으로 지난해 보다 8만4000명 늘었다. 실업률은 4.4%로 0.3%포인트 상승했다. 실업자 수와 실업률은 4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영향이 있었던 2000년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추가경정 등을 통해 고용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과 초단시간 취업자 수를 계속 늘리면 향후 재정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다. 규제 개혁과 정책 변화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해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이 더 합리적이라는 목소리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은 당분간 몸을 움츠릴 가능성이 크다.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살펴보면 지난달 실적치는 93.9로 48개월간 100선 아래에 머물렀다.

BSI가 기준치 100 보다 높을 경우 긍정 응답 기업 수가 부정 응답 기업 수 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100 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지난달에는 내수, 수출, 투자, 고용 등 모든 부문이 부진했다. 기업들은 내수부진 지속, 업체 간 경쟁심화, 인건비·임대료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 등을 부담 요인으로 꼽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를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기업 투자 및 경영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이 쌓여 있는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부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존 주력 산업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성장 동력 확보 역시 지지부진하다. 4차 산업혁명과 미래기술을 책임질 수 있는 혁신 기업이 경쟁국들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다.

한경연이 미국 시장조사기관 CB 인사이츠가 발표한 글로벌 유니콘 기업의 산업진출과 인수합병(M&A), 기업공개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유니콘 기업이 진출한 상위 10개 산업(진출 기업수 기준) 중 한국 유니콘 기업이 진출한 분야는 전자상거래, 핀테크, 인터넷 소프트웨어, 수요산업 등 4개 산업으로 나타났다. 반면, 헬스케어, 전기차, 빅데이터 등 산업에는 한국 유니콘 기업이 단 1개도 없었다.

유니콘 기업은 설립 10년 이하의 기업 가치가 10억달러(1조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우리 벤처기업이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별 규제를 개선하고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고 다양한 분야에 진출시키기 위해서 전면적인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헬스케어, 빅데이터 분야는 규제만 완화하면 발전이 충분히 가능한 분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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