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올해 1분기 국내 상장기업들이 대체로 부진한 성적을 낸 가운데서도 주요 증권사들은 나란히 호실적을 공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발행어음 1호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이 ‘영업이익 연간 1조원’ 시대를 열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다른 회사들도 투자은행(IB)과 트레이딩 등으로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 다수가 올해 1분기 호실적을 달성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곳은 ‘발행어음 1호 사업자’이기도 한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21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공시하며 전년 동기 대비 약 44% 늘어난 수익을 거뒀다. 이번 분기에 순이익이 2000억원을 넘어선 곳은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자체 기록으로도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성과를 달성했다.

   
▲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투의 이번 실적은 다양한 수익처에서 나온 고른 성과가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수탁·자산관리(WM) 수수료 수익이 양호했고 채권·파생상품과 발행어음 잔고 증가에 따른 운용 손익 증가 등으로 특히 운용 손익 부분이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발행어음 2호 사업자인 NH투자증권도 전년 동기 대비 30% 넘게 늘어난 17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공시했다. 역시 분기 기준 실적 신기록이다. IB와 운용수익이 크게 늘어났으며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 확대, 600억원이 넘는 채권평가이익, 2조 6000억원까지 늘어난 발행어음 잔고 등이 이익에 큰 기여를 했다.

아직 초대형IB는 아니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의 약진도 돋보인다.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7% 증가한 141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공시했다. 기업금융과 금융수지 부문의 수익이 증가한 가운데 트레이딩 수익도 실적에 좋은 영향을 줬다.

오히려 업계 선두권인 미래에셋대우의 실적은 16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6%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 시장의 기존 예상이 1400억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과라는 분석이다. 키움증권의 경우 800억~900억원 사이의 순이익이 예상됐지만 무려 1587억원의 실적을 공시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작년 대비 10% 넘게 감소한 117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공시했다. 이번에 업계 세 번째로 발행어음사업 인가를 받은 KB증권의 경우 873억원의 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이번 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했을 때 증권사들의 호실적에는 ‘발행어음사업’과 ‘수익 다변화’라는 두 개의 코드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겸비한 한국투자증권은 실제로 기록적인 실적을 냈다. NH투자증권의 실적도 좋았고, 내달부터 발행어음사업을 시작할 KB증권의 실적도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형사들의 경우에도 수익다변화라는 원칙을 잘 실현할 경우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메리츠종금증권, 키움증권 등의 사례를 통해 증명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이 부동산 대체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중소형사들의 경우 대형 증권사와는 색다른 수익다변화 전략을 구사해 존재감을 늘려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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