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5·18 진실 밝혀야” 한국당 “5.18 정신 계승”
물세례·의자 날아들어도…黃 “광주 찾아야만 했다”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제39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18일 정치권은 일제히 민주 영령들의 희생을 기리며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예고한 대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이날 기념식 참석을 위해 광주를 찾았다. 과거 참석 때와 달리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했다. 황 대표는 “우리 모두가 자유로울 때 광주는 하나가 되고,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 그것이 광주의 꿈”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행사장에 입장하려는 황 대표에게 물세례를 퍼붓거나 의자를 집어 던지며 거칠게 항의했다.

   
▲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세 번째부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 영령들의 명복을 빈다” 한목소리

여야 정당들은 논평을 통해 “5월 광주를 지킨 민주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린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한국당은 자당이 5·18 운동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 문민정부를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5·18 정신을 폄훼 지적을 반박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광주시민들의 거룩한 희생과 숭고한 정신을 기린다”며 “5월 광주의 정신은 민주당의 뿌리이자 심장이다. 광주시민들과 민주 영령들이 피와 땀으로 지켜낸 자유, 인권, 평등, 평화는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기본 가치가 됐다”고 밝혔다.

홍 수석대변인은 또 “계엄군의 헬기 사격과 전투기 출격대기, 집단성폭행 등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이 저지른 악랄하고 잔혹한 참상이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양심세력의 노력으로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며 “민주당이 5월 광주의 정신을 이어받아 당시의 진실을 밝혀내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더욱 굳건히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39년 전 오늘, 대한민국 광주에서 너무도 큰 희생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5.18 민주 영령들의 명복을 고개 숙여 빈다”며 “한국당은 그 날 있었던 평범한 시민들의 슬픔에 가슴 깊이 공감하며 진심으로 헤아리고자 애써왔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1993년 5월 13일 특별담화를 통해 문민정부가 5.18 민주화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부라고 선언했으며 5·18 민주묘역 조성을 지시했다”며 “5.18 특별법을 제정해 이날을 민주화운동으로 명명한 것도 한국당의 전신인 문민정부가 한 일이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역사를 부정하고 5·18 정신을 폄훼한다는 지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5.18은 대한민국의 통합과 화합의 계기가 돼야 한다. 더 이상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는 소재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며 “한국당 지도부가 기념식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5.18 민주화운동 39주년을 맞아 민주 영령의 숭고한 희생과 거룩한 민주주의 정신을 가슴 깊이 되새긴다”고 했고,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도 “5.18 39주년을 맞아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하신 5.18 영령들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정의당은 “군부의 서슬퍼런 총칼 앞에서도 민주주의를 지키려 한 광주시민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이만큼 전진할 수 있었다”며 “광주 영령과 시민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고 했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8일 오전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시민들의 항의를 받으며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아수라장 뚫고…‘임을 위한’ 부른 黃

한국당을 향한 광주의 민심은 여전히 녹록하지 않았다. 2015년 김무성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대표 이래로 처음 5·18 기념식장을 찾은 황 대표를 향해 광주시민들은 스크럼을 짜 입장을 막아선 채 “물러가라”,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등 소리를 질러댔다. 이 과정에서 시민과 경호 인력 간 몸싸움이 빚어지기도 했다. 황 대표는 간신히 배정된 좌석에 앉는 데 성공했다.

이날 이목이 쏠렸던 지점은 황 대표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를지 여부였다. 3년 전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 시절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황 대표는 5·18 단체의 경과보고나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다른 참석자들과 달리 별다른 표정 없이 이따금 박수 정도만 보냈다. 하지만 기념공연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서에서 황 대표는 노래를 따라 불렀다. 과거 행사 때 꼿꼿한 차렷 자세만 유지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오른손 주먹을 쥐고 흔드는 적극적인 모습도 보였다.

앞서 황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주로 가야만 하는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참석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광주의 부정적 분위기를 이용해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저는 광주를 찾아야만 했다”고 전했다.

이어 “광주시민의 아픔과 긍지를 알고 있다.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시민들은 어디에 살든 다른 위치에서 다른 생각으로 다른 그 무엇을 하든 광주시민이고, 광주 정신”이라며 “자유를 가로막는 모든 불순물을 씻어 내고 하나 되는 광주의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