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올해 1분기 국내시장에서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한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해외시장에서는 다소 부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2000억원 이상의 분기 순익을 기록한 한국투자증권은 해외법인이 손실을 냈고, KB증권도 순익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단,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은 해외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국내외 실적 추이가 엇갈리고 있다. 가장 극단적인 대조를 보인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한투는 지난 1분기 증권업계에서 유일하게 순이익 2000억원을 넘기며 기록적인 호실적을 냈다. 하지만 해외법인들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해 상반된 모습을 나타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투자증권 해외법인의 손실액은 24억원으로 발표됐다. 작년 1분기에 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인건비 증가가 실적 흐름을 좌우했다. 해외부문의 총수익 측면만 보면 75억 7000만원으로 작년 1분기(62억 2000만원) 대비 21.7%나 늘었지만, 인건비가 포함된 판매관리비가 무려 76.6% 상승(28억 6000만원→50억 5000만원)했기 때문이다. 

타 증권사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KB증권의 1분기 해외법인 순이익은 23억원에서 13억원으로 43.5% 감소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베트남에서의 순이익은 증가했지만 미국 법인의 적자 전환, 홍콩법인의 부진 등이 악영향을 줬다. 신한금융투자의 해외법인 순이익도 2억원 수준에 머물러 작년 1분기(19억원) 대비 무려 89.5% 감소했다. 

반면 미래에셋대우는 국내에선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해외 현지법인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1분기 순이익 364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328억원)보다 11% 늘어났다. 특히 홍콩, 런던, 인도, LA법인의 실적이 상당폭 개선된 영향을 받았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베트남법인 등에서 활약 중인 현지 증권사들이 순이익 증대에 일조한 면도 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오히려 해외법인이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콩,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국, 싱가포르, 중국 등 6개 현지법인의 순이익 12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29억원) 대비 무려 327.6% 폭증했다. NH투자증권 측 관계자는 “향후 해외 네트워크의 지속적 확대를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미국, 영국, 홍콩 등 3개 해외법인에서 9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작년 1분기(7억원) 대비 28.6%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법인 비중은 국내에 비해 아직까지 크지는 않다. 그러나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해외 부문 비중을 늘려가겠다는 입장을 가진 곳이 대부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1분기의 경우 평소 대비 흐름이 나빴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하락세에서도 꽤 큰 수익을 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안정적인 실적 유지를 위해 해외 네트워크 확대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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