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임창용은 지난 시즌 후 KIA 타이거즈에서 방출됐고, 새로 뛸 팀을 찾지 못해 결국 은퇴했다. 한국야구의 레전드 투수에 대한 KIA 구단의 처우에 문제가 있었다는 여론이 있었다. 지난해 시즌 도중 임창용이 김기태 감독에게 항명하며 갈등을 빚었던 것이 원인이라는 얘기도 많았다. 그리고 김기태 감독은 올 시즌 KIA 성적이 바닥에서 헤매자 지난 16일 자진 사퇴했다.

김기태 감독이 떠나고 난 시점에서 임창용이 21일 '한국스포츠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지나간 일들에 대해 털어놓았다. 자신에 대한 방출 통보, 항명 당시의 상황 및 김기태 감독과 나눴던 얘기, 두산 오재원을 향해 공을 던졌던 사건 등 팬들이 궁금해하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줬다.

임창용은 어떻게 KIA를 떠났을까. 임창용의 방출을 두고 '그가 스스로 원했다', '구단이 강압적으로 내보냈다'로 갑론을박과 진실게임이 벌어지기도 했다.

임창용은 자신은 방출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그 상황에서 왜 풀어달라고 했겠나. 나는 아직 공을 던질 수 있고, 몸이 허락할 때까지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 사진=KIA 타이거즈


그렇다면 임창용의 방출 과정은 어땠을까. 임창용은 "시즌이 끝났고 FA를 행사하지 않고 남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면서 "(구단 측에서 나를 부르기에) 당연히 재계약이겠구자 싶었다. 막상 가니까 방출 통보 자리였다"고 밝혔다.

당시 조계현 단장이 임창용에게 "야구 더 할거지?"라고 물었고 "예 할 겁니다"라고 답하자 "그러면 우리랑 인연은 다 된 것 같다. 현장과 협의해 결정난 상황이니 방출을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것이다.

방출의 주요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6월 임창용의 항명 사건은 어떻게 된 것일까. 임창용은 그에 대해서도 상세히 얘기했다. 6월 6일 kt전에서 4-1로 KIA가 리드하고 있어 마무리를 맡고 있던 임창용은 당연히 9회에 투입될 줄 알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몸도 풀지 않고 있던 김윤동이 갑작스럽게 호출돼 등판하는 것을 보고 임창용은 "왜 이런 운영을 할까 화가 나더라. 나에게 미리 얘기를 해줬으면 화가 안 났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임창용은 "아무런 말도 없고 아무런 준비도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통보를 하니까 선수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나라는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며 "이렇게 굴러가면 안 되겠다 싶어 딱 한 번 얘기했는데 이렇게 될지 몰랐다"고 김 감독과 갈등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당시 임창용은 김기태 감독과 면담을 가진 후 2군으로 내려갔다. 둘의 면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궁금증을 산 바 있다. 임창용은 "감독님께서 내가 들어가자마자 다짜고짜 '나랑 해보자는 거냐' 하셨다. 나는 시키는 대로 하겠다. 7회든 8회든 9회든 역할만 정해 달라. 아무 때나 나가라고 하시면 어떤 장단에 맞추겠습니까 라고 말씀드렸다"며 "감독님이 못 받아들이신 것 같더라. 그러면서 '어떻게 해줄까? 방출을 시켜줄까? 트레이드를 시켜줄까?'라고 물어보시길래 편하신 대로 하십시오 라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이후 돌연 2군에 다녀온 그는 7월 10일 1군에 복귀했으나 선발로 보직이 변경됐다. 이에 대해 임창용은 "내가 생각하기에 '감정적인 보복'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당시 느꼈던 감정을 얘기했다. 스프링캠프 때는 선발을 원했지만 시즌 도중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선발 전환은 원한 것이 아니었다고. 임창용은 그렇게 선발로까지 써놓고 방출을 시킨 데 대한 서운함도 털어놓았다.

임창용은 2016년 두산과의 경기 도중 주자로 나가 있던 오재원에게 위협적인 견제구를 던져 큰 논란이 됐고 징계까지 받은 바 있다. 이른바 '오재원 저격 사건'에 대해서는 구단의 룰에 따른 것이었다고 밝혔다. "무관심 도루를 하면 견제를 하는 척 선수를 맞히라는 구단의 룰이 있었다. 정해준 룰을 고참인 내가 이행하지 않으면 그건 감독-코치님 및 팀에 대한 항명이다"라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하면서 "다음날 삭발을 하고 오신 감독님께서 '못 지켜줘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임창용은 올 시즌 KIA 경기를 빼놓지 않고 본다거나 불펜진 걱정, 양현종 혹사 논란에 대한 생각 등을 밝히며 KIA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나타냈다. 그는 "사회 생활은 잘 했다고 볼 수 없다. 나도 인정한다. 그런데 야구장에 있을 때만큼은 프로선수로서 부끄럽지 않게 매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 자부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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