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사과·철회” vs “추경안 조속 처리”
“얻다 대고”…문대통령 ‘독재자의 후예’ 후폭풍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국회 정상화 해법을 모색하던 여야가 교착상태에 빠진 모양새다. 서로의 입장차가 분명한 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독재자의 후예’ 발언 후폭풍까지 겹쳐서다.

자유한국당 선거제·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검경수사권 조정 등 패스트트랙에 대한 사과와 철회를, 더불어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조속한 처리를 각각 요구하면서 여야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해찬 대표./더불어민주당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여야 충돌 과정에서 있었던 반목을 털어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며 “그렇지만 일방적인 역지사지는 가능하지도 진실하지도 않다”고 우선 짚었다.

이어 “과도한 요구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바란다. 시간은 결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한국당의 조속한 국회 복귀와 추경안 처리를 위한 5월 임시국회 소집 등을 촉구했다.

반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서 “대충 국회만 열면 된다는 식으로 유야무야할 생각 하지 말고, 패스트트랙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원천무효 입장을 밝혀 달라”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은 불법, 무효가 자명하고, 절차와 내용, 방향이 모두 틀렸다”며 “이 상태에서 국회를 연다고 한들 어떠한 진전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추경안 처리에 조바심을 내는 데에도 “재해재난 예산은 국가 예비비를 얹어서 쓰면 된다”고 맞받았다.

한국당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해산 등도 정상화 조건으로 내건 상태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국회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는 합의정신을 위반한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분리에 대한 여야 간 합의처리가 전제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합의 정신을 이룩하지 못한 정개특위와 사개특위는 수명을 다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 네번째)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북한 대변인’이라는 표현을 쓴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한국당은 ‘독재자의 후예’라고 발언한 문 대통령을 겨냥, 비난을 쏟아내며 감정싸움을 이어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황 대표가 원외를 다니며 여러 강경 발언을 많이 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1야당 대표가 강경 발언이 능사는 아니다”며 “총리와 대통령 대행까지 지내신 분이 국민을 걱정스럽게 하는 발언은 내일부터는 안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황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북한 독재 운운하며 북한 대변인이라는 전혀 쌩뚱맞은 발언을 한다”고 했고, 안민석 의원도 “황교안이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월의 노래 ‘산 자여 따르라’를 완창해야 하지 않겠나. 저는 ‘못 부른다’에 한표”라고 비꼬았다.

한국당 중진의원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정진석 의원은 당 회의에서 “누구는 중정(중앙정보부)에 끌고 가 동료를 밀고도 하는데, 얻다 대고 독재자의 후예를 운운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심재철 의원이 이 대표를 김대중 내란음모조작사건 당시 ‘밀고자’로 지목한 주장을 옮긴 것이다.

국회부의장인 이주영 의원은 “문 대통령은 우리 역사의 상처인 5·18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며 5·18을 정쟁의 장으로 활용하는 구태를 보였다”며 “대통령이 앞장서야 할 사회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