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봄밤'이 첫 선을 보였다. 때이른 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기분 좋은 봄 밤의 정취를 느껴보기 딱 좋은 멜로 드라마, MBC 새 수목극 '봄밤'(극본 김은·연출 안판석)이 22일 첫 방송됐다.

한 가지, '봄밤' 감상에 걸림돌이 있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일단, 그럴 수밖에 없다. 지난해 봄 방송돼 큰 인기를 끈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제작진이 다시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 '봄밤'이다. 김은 작가, 안판석 감독이 그대로이고 현실적인 사랑 얘기를 다루는 멜로물인 것도 비슷하다.

남자 주인공도 다시 정해인이다. 여자 주인공이 손예진에서 한지민으로 바뀐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달라진 점인데, 심지어 손예진과 한지민은 나이가 같다(1982년생). 손예진과 정해인은 연상연하 커플로 나왔지만, 한지민과 정해인은 동갑으로 설정됐다니 그 부분은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 사진=MBC '봄밤', JTBC '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날 첫 방송에서 '봄밤'은 일찌감치 남녀 주인공 정해인과 한지민을 운명적으로 만나게 하고, 필연적으로 서로 이끌리게 하는 굉장히 빠른 전개를 보여줬다. 

약사 유지호(정해인)와 도서관 사서 이정인(한지민)은 약국 약사와 손님으로 첫 만남을 가진 뒤 반복되는 우연 속 금방 로맨스에 빠져들었다. 마냥 달콤한 사랑일 리가 없다. 정해인은 아들이 있고(부인은 없다. 그 사연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지민은 오래 사귄 남자가 있다. 둘이 어떤 계기로 뜨거운 봄밤의 사랑에 빠질지, 현실적으로 부닥칠 벽을 어떻게 뛰어넘을지가 앞으로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봄밤' 첫 화를 보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안판석 감독의 감각적인 영상미('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비로 분위기를 잡았다면 '봄밤'은 눈으로 분위기를 띄웠다)와 디테일한 연출, 김은 작가의 현실감 살아있는 대사와 직진 스타일의 이야기 전개는 여전했다. 극의 흐름에 어울리는 서정적인 팝송이 깔리는 가운데 사랑스러운 남녀의 만남을 지켜보면서 아련한 멜로 감성에 빠져드는 느낌도 비슷하다.

그런데 '봄밤'은 그러면 안된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복제품이 되거나 아류가 되면 아무리 만듦새가 좋아도 '기시감'으로 인해 드라마 몰입에는 방해가 될 뿐이다.

다시 뭉친 감독-작가-남자주인공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여자주인공 한지민이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지민-정해인은 '봄밤' 스타트를 끊자마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뛰어넘기라는 만만찮은 허들을 만났다.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 한지민은 최근 영화 '미쓰백'과 드라마 '눈이 부시게'로 연기 잘 하는 예쁜 배우의 입지를 굳혔다. 정해인은 전작으로 인해 이미 밥 사주고 싶은 대세 훈남이 되지 않았는가.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