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을 유지하려면 평등한 기준을 마련해서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해야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문화예술 서비스가 제공되는 동안에 발생하는 직원들의 실수나 서비스의 오류는 고객 감동을 떨어트린다. 문화예술작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다면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인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순간에도 고객들은 불만족스런 감정을 느낀다. 서비스가 제공되는 접점에서 고객이 불만족을 느낀다면 서비스의 실패로 연결되는 셈이다.

문화예술에 있어서 서비스 품질의 실패란 고객의 기대치와 제공된 서비스의 품질 간에 차이가 있어 고객들이 정서적으로 불만족스럽게 느끼는 상태를 의미한다.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이 고객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을 때 서비스 품질의 실패가 발생한다. 문화예술작품이 지닌 4가지 특성인 무형성, 비분리성, 이질성, 소멸성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서비스의 실패가 나타나기도 한다.

일찍이 키비니(Susan M. Keaveney, 1995) 교수는 고객의 이탈이나 교체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서비스 실패라고 강조했다. 특히 서비스의 핵심 가치를 제공하는데 실패할 경우에 고객의 이탈율이 높다고 했다. 키비니 교수는 핵심 가치의 실패(직원의 업무 실수, 서비스 파멸 등), 불친절한 고객 응대(무관심, 전문성 부족 등), 가격(가격 산정의 불공정성, 가격 인상 등), 이용 불편(서비스 제공 위치, 대기 시간 등), 불만 처리 미흡(부정적 반응, 무반응 등), 경쟁사의 유인(경쟁사의 우월한 서비스 등), 비윤리적 행위(속임수, 이해관계 대립 등), 불가피한 상황 순으로 고객의 이탈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했다.
 
사상 초유의 공연 리콜 사태를 일으킨 뮤지컬 <미션>(2011)은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는데 실패한 사례이다. 이 뮤지컬은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를 바탕으로 창작되었다. 두루 알다시피, 영화 <미션>은 식민지 영토의 경계 문제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갈등하던 1758년의 이순시온을 배경으로 가브리엘 신부님의 비폭력 정신과 비참한 최후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호평을 받았다.

<미션>은 우리나라의 상상뮤지컬컴퍼니가 기획해 이탈리아 제작사에 제작비를 제공해서 완성한 창작 뮤지컬이었다. 이탈리아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고 영어로 공연했다. 세계적으로 공인된 영화를 바탕으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까지 뒷받침되었기에 성공할 것만 같았다. 기획사에서는 공연을 앞두고 7미터 폭포가 장관이라거나 무려 1,000억원에 이르는 세계적인 공연 시장을 개척했다며 PR활동에도 열을 올렸다.

   
▲ 뮤지컬 <미션>의 공연 포스터 (2011). /자료=김병희 교수 제공

2011년 2월 2일, 뮤지컬 <미션>은 세종문화회관에서의 첫 공연부터 예정 시각을 30분이나 넘겨 공연을 시작했다. 거금을 들여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오케스트라가 아닌 MR(Music Recorded, 반주 음악을 뜻하며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콩글리쉬)을 써서 뮤지컬을 공연하는 데에 경악했다. 티켓 최고가가 무려 20만원이었지만 라이브 연주조차도 하지 않았다. 배우의 연기력, 조명, 소품, 세트, 연출도 조악했다. 물이 두 가닥으로 갈라져 떨어지는 7미터 폭포도 무척 왜소해 보였다. 전투 장면에서는 배우들이 우왕좌왕해서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인터넷 예매 사이트와 홈페이지에 불만이 폭주하자 제작사는 게시판을 모두 폐쇄하고 처음 8회의 관람객에게 뮤지컬 사상 초유의 리콜을 해주었다. 이 공연에 대해 <남자의 자격>을 통해 '넬라 판타지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돈을 벌려고 급조한 뮤지컬이라는 호된 비판도 이어졌다.

박병성 기자의 지적처럼, 국내 기획사의 야심찬 미션은 관객도, 제작사도, 우리 공연계도 어느 누구 하나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 공연으로 끝나고 말았다(이하, 박병성 (2011. 3. 1). "영화가 공연과 잘못 만나면 참사가 벌어진다? 뮤지컬 '미션'의 교훈."(이코노미조선, 77호 발췌 인용).

세계 최고의 공연 시장을 겨냥한 뮤지컬이었지만 극본, 음악, 무대를 비롯해 무엇 하나 국내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제작비가 무려 120억원에 달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부실한 기획력, 과도한 가격 책정, 그리고 허위광고가 공연 실패의 결정타였다.

당시의 <지킬앤하이드>나 <모짜르트> 같은 공연에 비해 3만원에서 8만원 가량 비쌌지만 서비스 품질이 높았더라면 고객 불만도 없었을 것이다. 기대와는 달리 저질의 서비스를 받았다고 느낀 고객들은 리콜을 요청했다. 서비스 품질의 참담한 실패였다. 심지어 기획사에서는 공연 리뷰의 게시판까지 폐지하는 악수를 두었다. 공연기획사의 대표는 각종 공연의 투자금 130억원을 횡령해 구속됐고, 결국 <미션>은 고객들에게 높은 서비스 품질을 제공해야 한다는 미션을 지키지 못했다.

서비스 실패도 막아야 하겠지만 실패 후에 회복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문제는 더 중요하다. 서비스 품질의 관리를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언제나 고객의 불만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해도 개개인의 취향에 완벽히 맞추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때 불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고객 만족도는 달라진다. 고객의 불만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서비스 회복 전략이 그래서 중요한 법이다.

서비스 품질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실패했다 하더라도 최초 단계에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서비스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 연구에서는 처음부터 만족한 고객보다 처음에는 불만을 느끼던 고객이 사후 처리 과정에서 만족할 경우에 전체적인 만족도가 더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해왔다. 이것이 저 유명한 '서비스 회복의 역설(service recovery paradox)' 이론이다.

   
▲ '서비스 회복의 역설'을 설명하는 그래프. /자료=김병희 교수 제공

서비스 회복의 역설을 설명하는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서비스 실패를 겪지 않은 고객들은 충성도(loyalty)가 완만하게 상승하지만, 서비스 실패를 경험해본 고객들은 서비스 회복 프로그램이 좋았을 경우에 처음에 낮았던 충성도가 급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서비스에 실패했을 경우 나중에라도 서비스 회복 전략을 제대로만 구사한다면 실패를 딛고 더 큰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객의 불만을 해소하는 동시에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서비스 회복 전략을 어떻게 구사해야 할까?

첫째, 고객의 불만 요인을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 문화예술작품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앞서 어떤 문제점이 예상되면, 고객들이 직접 불만을 제기할 때까지 기다려서는 곤란하다. 적극적으로 불만 요인을 발굴해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스페인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비가 오지 않는다. 비가 와서 기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 때문에 일 못한다고 슬퍼하는 이도 있다. 만인을 만족시키는 시책은 없다." 마찬가지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앞서 능동적으로 고객들의 불만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열의가 중요한 법이다.

둘째, 초기에 감성에 호소하며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서비스 품질을 회복하려면 초기 단계의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고객이 불만을 표출했다는 것은 이미 참을 만큼 참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불만을 표출하는 고객에게 호의를 나타내며 신속히 반응해야 한다.

이때 서비스 품질이 미흡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지나치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고객들이 순간적으로 부정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감정 상태를 봐가며 사과와 공감의 메시지를 적절히 섞어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감성적인 접근은 생각보다 엄청난 설득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셋째, 고객의 불만 요인을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서비스 회복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하더라도 공정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주면 고객의 불만은 다시 증폭될 수밖에 없다. 고객들이 중시하는 것은 과정의 공정성, 결과의 공정성, 대응의 공정성이다.

서비스 회복 과정에서 공정성을 유지하려면 모두에게 평등한 기준을 마련해서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원칙이 중요하다. 서비스 회복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고객들을 속이려 하면 절대 안 된다. 불만을 나타내는 고객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그에 알맞게 서비스 품질을 회복시킬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는데 실패하더라도 어떻게든 회복하려는 열의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실천 전략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냉철한 현실 인식도 중요하다. 실패한 뮤지컬 <미션>은 우리 문화예술계에 실로 값진 교훈을 남겨주었다. 지금 문화예술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 문화예술 마케팅 관계자는 생산성을 향상하는 동시에 서비스 품질을 저하시키지 않는 선에서 당면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고차 방정식 문제를 풀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해결 과제가 문화예술 마케터 앞에 놓여있는 셈이다. 위에서 설명한 서비스 회복 전략 3가지를 충실히 구사해보기를 바란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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