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50억달러 규모 농작물 지원책 준비
시진핑 “새로운 대장정 시작”… 장기전 대비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 장기화가 점쳐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 화웨이에 이어 폐쇄회로(CC)TV 최대 업체를 제재로 옥죄며 기술전쟁 출사표를 던졌다. 중국은 미국의 농산물 수입제한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가도를 흔들고 있다. 

2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청문회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에게 “중국 베이징 방문은 예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미국과 중국 희토류·첨단기술·대두 등에 대한 제재를 앞세우며 견제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

미국이 지난 15일 “조만간 중국 베이징에서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입장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방어와 견제 전략을 펴며 경제전쟁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50억달러가 넘는 농작물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피해를 당한 농가에 대한 농작물 지원책을 이르면 23일(현지시간)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미국산 대두에 25%의 관세를 책정하고 수입을 중단했다. 이후 수입이 재개됐으나 워싱턴DC 고위급 무역협상 결렬로 중국의 대두 수입은 불투명해졌다. 팜벨트(중서부 농업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기반으로 미국을 흔들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다. 중국이 최근 무역협상이 결렬된 후 미국산 돼지고기 구매를 취소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기술 제재 검토로 한발 더 나아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는 감시 카메라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중국 보안업체인 힉비전(海康威視)과 다화커지(大華科技) 등을 화웨이에 이어 제재대상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상하 양원 의원 40명은 이들 업체 장비가 위구르 주민들을 감시하는 데 사용된다며 제재를 가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는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를 겨냥하기 위한 제재란 얘기도 나온다. 

중국 역시 ‘대장정’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경제전쟁 장기화를 시사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2일 장시성을 시찰하며 “이곳이 홍군이 대장정을 출발한 시작점이다. 이제 새로운 대장정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대장정’을 두고 주요 언론은 “미국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자세”라고 해석하며 미·중간 갈등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장시성은 공산당군인 홍군이 국민당군의 추격을 피해 서쪽으로 한 행군의 출발점이다. 

중국은 현재 ‘희토류 거래금지’로 보복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시 주석은 미·중 무역 협상 중국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함께 희토류 주요 산지인 장시(江西)성 간저우(贛州)시 진리(金力)영구자석과기유한공사를 시찰했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다.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희토류 80%가량을 수입하고 있어 중국이 희토류 대미 수출을 중단할 경우 타격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지난 10일 중국제품 2000억달러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올렸다. 이에 맞서 중국은 지난 13일 미국 제품 600억달러에 대한 관세를 최대 25%로 올렸다. 

미국은 나머지 300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하고 있다. 하지만 체제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중국은 관세 압박에도 쉽게 협상을 타결하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다. 

다만 내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 간 담판 회동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양국이 파국으로 치닫는 데 부담을 느껴 정치적 타협을 시도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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