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70%가 산지, 수백 종의 산나물 '식량+약재'로
   
▲ [사진=한식진흥원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갓 지은 밥에 가진 산나물을 얹어 고추장에 쓱쓱 비비고, 한 숫갈 크게 떠 넣으면 순간 행복해진다.

산채비빔밥에 들어가는 나물들은 각자 향이 다르고 식감도 트려 입이 호사를 누린다, 무기염류, 비타민, 엽록소, 각종 효소 등 영양분도 다양해 몸도 저절로 건강해진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산나물이 대중화됐고, 조상들의 허기를 달래주면서 '건강을 챙겨주는 보약' 노릇도 했다. '식량+약재'라 할까.

"어젯밤 좋은 비로 산채가 살쪘으니, 광주리 옆에 끼고 산중에 들어간다.
주먹 같은 고사리요, 향기로운 곰취로다. 빛깔 좋은 고비나물, 맛 좋은 어아리다..."

조선시대 전원생활을 묘사한 '전원사시가' 중 봄 부분에 실린 시다. '99가지 나물 노래를 부를 줄 알면 3년 가뭄도 이겨낸다'는 속담도 있다.

우리나라 산야에서 나는 먹을 수 있는 산나물은 수백 종에 이른다. 달래, 냉이, 씀바귀, 돌미나리, 두릅, 곰취, 수리취, 미역취, 싸릿대, 모시대, 참나물, 잔대싹, 뚜깔, 싱아, 누르대, 돌나물, 머위, 질경이, 민들레, 엄나무...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렵다.

산채비빔밥은 갖가지 산나물과 곡류로 지은 밥을 한 데 섞어 영양의 균형을 맞추고, 양념으로 맛의 조화를 이끌어 낸,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음식이다.

한국인의 문화를 '비빔밥 문화'라고 했던가. 산채비빔밥은 '현대인의 건강식'으로, '사찰의 대표 음식'으로 거듭났다.

'한식 아카이브'에 따르면, 오늘날의 산채비빔밥은 '진채식(陳菜食)'과 '오신반(五辛飯)'으로 비빔밥을 해 먹던 것과 형태가 유사하다.

진채식은 고사리, 호박고지, 오이고지, 가지고지, 시래기 등 햇볕에 잘 말린 나물을 물에 우렸다가 삶아 무쳐 밥과 섞은 비빔밥이고, 오신반은 자극성이 강하고 매운 맛이 나는 5가지 나물로 만든 '입춘 절식' 중 하나로, 눈 속에서 자란 새싹을 이용한 귀한 음식이어서 왕실이나 상류층에서 먹었다.

조선시대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에 보면 대보름날 묵은 나물, 즉 '진채'를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풍속이 나온다.

봄철에 취, 개암취, 까막취, 산미역취 같은 취나물 종류와 굴싸리, 오야지, 삿갓나물, 고추나물 등을 뜯아다 말려 겨우내 저장해뒀다가 쓴다.

오신반은 움파, 산갓, 당귀싹, 미나리싹, 무싹을 살짝 데치거나 날것으로 무쳐낸다. 궁중에서는 입춘날 오신반을 수라상에 올리고, 임금이 신하들에게 하사하기도 했다. 서민 가정에서는 쌉쌀하거나 신 맛이 나는 나물로 대신했다.

겨울을 난 후 부족해진 신선한 채소의 영양분을 보충하고, 잃어버린 입맛을 돋궈주는 역할을 했다.

산채비빔밥, 소박하지만 건강한 '한국인 마성의 밥상'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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