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다. 16강 진출의 운명이 걸린 경기라 할 수 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29일 오전 3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2019 FIFA U-20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을 벌인다.

한국은 앞선 1차전에서 우승후보로 꼽히는 포르투갈과 만나 비교적 잘 싸웠지만 0-1로 졌다. 승점을 얻지 못한 한국은 이번 남아공과 2차전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한국의 마지막 3차전 상대는 남미 강호이자 또 다른 우승후보인 아르헨티나여서 승점을 얻기가 쉽지 않다. 

한국으로서는 남아공전에서 승점 3점을 확보해둬야 아르헨티나전에서 승점 추가와 16강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 이번 대회는 조 1, 2위가 16강 토너먼트에 오르고 조 3위 6개팀 가운데 상위성적 4개팀이 와일드카드를 받아 16강에 합류한다. 승점 3점으로도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만약 한국이 남아공에게 패하거나 비기면 아르헨티나전 승리 외에는 길이 없어 비관적인 상황에 처한다.

남아공은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게 2-5로 졌다. 공격적인 짜임새는 있지만 수비에 허점을 많이 드러낸 편이었다. 한국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다.

한국의 남아공전 필승 키맨은 역시 이강인(18·발렌시아)이다. 대표팀 막내이지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군 무대에서 수 차례 뛴 이강인은 사실상 에이스라 할 수 있다. 발군의 기량을 인정받고 있는 이강인은 포르투갈과 1차전에서도 돋보이는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이 남아공을 이기려면 골을 넣어야 한다. 이강인 외에 한국은 엄원상(광주FC), 오세훈(아산무궁화), 조영욱(FC서울) 등 괜찮은 공격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정정용 감독이 남아공전에서 어떤 포메이션으로 어떤 선수들을 기용할 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강인에게는 공격 프리롤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강인은 자유롭게 전방위로 뛰어다니며 패스를 찔러넣거나 크로스를 올리거나 기회를 잡으면 슛을 때릴 것으로 보인다.

드리블과 킥력이 좋은 이강인은 한국 공격의 핵이다. 포르투갈전에서 상대의 집중 마크에 시달리긴 했으나 그래도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이 기록한 유일한 유효슈팅도 이강인의 왼발 중거리슛이었다.        

남아공전을 앞두고 이강인에게는 힘이 될 만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소속팀 발렌시아가 26일 열린 스페인 국왕컵(코파델레이) 결승에서 메시가 버틴 바르셀로나를 2-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발렌시아 선수들은 우승 후 한국대표팀 멤버로 U-20 월드컵에 참가하느라 팀을 떠나 있는 이강인을 잊지 않았다. 우승 직후 라커룸에서 자축 세리머니를 하던 중 이강인을 연호하고 응원가를 부르는 모습이 공개된 바 있다.

남아공전 대비 훈련을 하던 이강인도 "발렌시아가 우승하고 나서 동료들과 연락은 많이 주고 받았다"며 멀리서나마 소속팀의 의미있는 우승에 감격하고 동료들과 연락하며 기쁨을 나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강인은 "나는 지금 20세 월드컵에 와 있다. 최대한 경기에 집중하려 하고 있다"고 어른스럽게 말하며 남아공전 승리를 다짐했다.

발렌시아 우승의 기(氣)를 받은 이강인이 시원스런 활약을 펼쳐준다면 한국의 남아공전 승리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