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대우조선지회 노조 투쟁 합세
중국 1·2위 조선업체 합병 속도…국내 조선 3사 매출 2배 예상
   
▲ 현대중공업 노조가 물적분할(법인분할)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막기 위해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이웃나라 중국의 경우 1, 2위 조선업체 합병, 지역별 난립 조선소 퇴출 등 구조조정을 통해 무서운 속도로 덩치를 불려가며 한국 조선사를 압박하고 있다. 국내 조선산업 재편 작업은 노조와 지역 정치권에 막혀 혼란스러운 형국이다.  

물적분할(법인분할)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현대중공업은 노조와의 대치로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 높은 산을 만났다. 대우조선과 현대차, 영남권 등 노조까지 합세하며 농성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울산본부 주최 영남권 노동자 결의대회는 이날 오후 5시 반부터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노조의 투쟁 강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이들은 정문에서 600m가량 떨어진 회관까지 행진해 철야 야간문화제를 개최한다. 31일 오전 8시부터는 회관 입구를 막아 주주들의 입장을 저지할 예정이다. 

대우조선지회 쟁의대책본부는 같은 날 오후 울산에 도착에 현대중공업 노조 투쟁 동참을 예고했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이날과 31일 오전 근무조 현장조직위원, 확대 간부 등이 참가해 연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위한 물적분할을 다룰 임시 주총 장소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4일째 점거하며 봉쇄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건강이 좋지 않은 노조원과 교대로 건물 밖에서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건물 내부에 있는 노조원들에게는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주총이 예정된 31일까지 점거 농성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예정대로 주총을 열겠다는 입장이다. 주총 이후 합병과 관련한 유럽 등 해외 기업결합심사에 6개월 이상 시간이 걸려 지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주총장 변경에 대한 법률검토도 진행하고 있다. 변경이 되더라도 서울이 아닌 경남권 내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귀띔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오후 3시부터 31일 낮 12시까지 사설 경비원 200∼300명을 회관에 투입해 주주들의 주총장 입장이 가능하도록 조취를 취할 계획이다. 경찰은 19개 중대 약 2000명인 회관 주변 경찰력을 30개 중대, 3000명으로 늘리고 주총이 다른 곳에서 열릴 가능성을 열어둬 경비 대책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고용보장, 인력조정 철회, 단협 승계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 현대차 등 노조 합세로 물리적 충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지난 4년간 구조조정으로 버틴 현대중공업 조합원원들이 법인분할이라는 또 다른 구조조정 신호탄에 흥분해 있는 상태”라며 “극에 치달은 상황에서 공권력까지 투입된다면 막대한 사상자 발생 등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노조원 3명은 지난 28일 현대중공업 내 엔진기계 가공공장 비품창고에서 스타렉스 차량을 이용해 비닐롤 18개와 청테이프 81개 등을 훔치다 회사 보안요원에게 적발됐다. 이와는 별개로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밖으로 나가던 노조원 차량에서 20L들이 시너 1통과 휘발유 1통, 1m 길이 쇠파이프 39개를 사측 보안요원이 발견했다. 이와 관련 노조는 “평소 선전 활동에도 활용해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같은 날 한마음회관을 찾아 농성 해제를 요구하던 회사 관리자 120여명 중 1명이 너트에 안전모를 맞기도 해 인명피해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너트는 새총 탄알로 쓰인 것으로 추측된다. 해당 직원은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어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다. 

   
▲ 현대중공업 노조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위한 물적분할을 다룰 임시 주총 장소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4일째 점거하고 있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합병, 조선산업 불황 속 마지막 타개책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병할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9%(현대중공업그룹 13.7%, 대우조선 7.2%)가 된다. 중국 조선소의 저가 공세, 원가 상승 등으로 인한 더딘 수주 회복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건 사실”이라며 “중국의 경우 이미 인수합병을 통해 거대 기업으로 떠오르며 한국 조선사를 짓누르려 하고 있다. 현재 국내 조선산업 처지에선 합병하는 게 최선”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조선은 대주주인 산업은행 관리 속 최근 20년간 13조원에 가까운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하지만 누적 부채비율은 여전히 200% 안팎을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세워져야 자금 부담을 줄이며 대우조선을 인수할 수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현대중공업은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사업 자회사 현대중공업으로 나뉜다. 존속법인인 한국조선해양은 산하에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4개 조선소를 거느리게 된다. 산은이 한국조선해양에 대우조선 지분 56%를 출자하고 이 중간지주의 주식을 받게 된다. 인수자인 현대중공업의 현금 부담은 줄어드는 구조다.  

중국의 경우 난립해있는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해 세계 조선강국이 되겠다는 청사진을 일찌감치 세웠다. 

중국 1, 2위 조선업체 중국선박중공(中国船舶重工·CSIC)과 중국선박공업(中国船舶工業·CSSC)은 합병을 위해 국무원의 기본 승인을 받았다. 두 회사 최고 경영자(CEO)는 지난 3월 14일 CSSC 본사에서 만나 스마트 제조 및 방산제품, 청정에너지, 크루즈선 등 분야에서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합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양사를 합병해 한국 경쟁사들을 따돌릴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합병으로 탄생할 업체의 연간 매출은 세계 3대 조선 업체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및 삼성중공업을 합친 것보다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보도했다. 수주량도 위협적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CSSC·CSIC의 수주잔량을 합치면 7826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 이른다. 대우조선·현대중공업(1만6989CGT) 뒤를 잇는 글로벌 메가 조선사 탄생이다. 

중국은 조선업계 3위 업체인 중원해운중공(中遠海運重工)도 합병으로 출범시킨 바 있다. 중국원양해운(COSCO)과 중국해운(CSCL)은 2016년 2월 합병한 후 산하 조선업을 통합해 2016년 12월 중원해운중공을 세웠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은 조선업 불황 사이클에 들어가자 지역별 난립 조선소 퇴출, 국영업체 인수합병, 선별 업체 금융지원 등 구조조정을 통해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며 “이른 것도 아니지만 지금이라도 합병을 해 글로벌 조선사 견제에 나서는 것은 물론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