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편의성을 제고하는 등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활성화 방안을 지난 30일 발표했다. 그러나 실물경제의 침체 속에서 정부 의도대로 파생시장만 활성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정부가 나서서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에 파생시장은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혁신성장과 실물경제 지원을 위한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을 내놨다. 주요 골자는 개인투자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상품 출시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 사진=연합뉴스


구체적인 방안 가운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이른바 ‘시장 수요·공급 기반 확충 방안’이다. 당국은 외국인 투자자 편의성을 제고하고 개인투자자 진입규제 합리화, 기관투자자 참여 활성화, 시장조성기능 강화, 다양한 장내 파생상품 개발 유도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 따르면 개인전문투자자는 기본예탁금을 없애고 일반투자자는 증권사가 개인별 신용과 결제이행능력을 감안해 1000만원 이상에서 결정하게 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사전교육 1시간, 모의거래 3시간만 의무화해 교육을 내실화한다는 방침이 나왔다. 자주 지적되던 외국인 통합계좌에 대한 불편사항도 손보기로 했다.

당국이 파생시장 활성화에 대응하기로 한 데에는 나름의 맥락이 있다. 우리나라 장내파생시장은 지난 2011년 일 거래금액이 66조 3000억원으로 세계 1위 수준을 기록한바 있다. 그러나 같은 해 옵션 매수 전용 계좌 폐지, 2012년 코스피200 옵션 1계약의 승수를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높이는 등의 조치로 거래가 위축됐다.

2013년 우정사업본부 현·선물 차익거래에 대한 증권거래세 면제 폐지, 2014년 기본예탁금 인상 및 적격 개인투자자 제도 도입 등 파생시장이 ‘투기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규제가 도입됐다. 

이후부터 파생거래가 크게 위축돼 2013년 47조 9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 거래규모는 2017년 39조 1000억원까지 내려왔다. 이 시기 개인투자자들은 해외 시장이나 가상화폐 거래로 눈을 돌렸다.

작년 1분기 기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장내파생상품 거래 투자자 수는 4만 3612명인데, 이 중 93.6%에 해당하는 4만 800명이 개인투자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러 규제가 생겼음에도 개인투자자 수는 2011년 1만3300명에서 4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1인당 거래 금액은 3877만 8000달러(2017년 기준)로 우리 돈 436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손실을 내고 있다. 개인투자자 보유 계좌 중 이익을 낸 계좌는 4522에 불과하다. 반면 손실 계좌는 9396개에 달한다. 손실액도 커서 978억원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발표한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여전히 거래 승수 문턱이 해외에 비해 높아 굳이 개인들이 한국 장내파생시장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 문제로 손꼽힌다. 이미 시장에 들어와 있는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규제 완화를 한들 거래의 위험성과 손실 가능성만 키우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파생상품시장은 모든 금융거래 중에서 가장 위험한 상품을 다루는 거래이기 때문에 가장 모험적인 투자자들이 거래를 한다”고 전제하면서 “정부가 오랜 시간에 걸쳐 규제로 위축시킨 시장이 과연 이번 활성화 대책만으로 부활할지 의문일뿐더러 그게 바람직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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