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분할 계획서 안건,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
공정위 심사·옥포조선소 실사 남아…해외 결합심사 관건
   
▲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이 31일 울산시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사 물적분할 승인의 건을 통과시키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현대중공업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법인분할(물적분할) 안건을 승인하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첫 고개를 넘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지분 인수까지는 앞으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현장실사, 공정거래위원회·해외 기업결합 심사 등이 남아 있다. 해외 기업결합 심사에서는 10여개국의 심사를 모두 통과해야 하는데 국내 조선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의 깐깐한 잣대로 연내 인수 마무리는 녹록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날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임시 주총에서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법인분할 안건을 상정해 원안대로 의결했다. 

회사분할 계획서 안건은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됐다.

현대중공업은 내달 1일을 기일로 중간지주회사(가칭 ‘한국조선해양’)와 현대중공업 사업회사로 물적분할 된다. 한국조선해양 아래에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4개 조선사가 위치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인수 본계약을 맺었다.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 지분과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을 인수하게 된다. 

이에 앞서 현대중공업은 공정거래법상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와 현장 실사 등 과정을 넘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에서 두 기업의 합병으로 시장 내 경쟁이 제한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국내 1, 2위 업체로 해당 심사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조선산업 부진과 산은의 공적자금 회수 등으로 인한 예외적인 상황이어서 승인을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란 평이다. 한국항공우주와 현대로템도 합병 후 국내 점유율이 100%에 달하지만 해당 산업의 구조조정 필요성 때문에 기업결합이 성사된 바 있다.

다음 주에는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현장 실사가 진행될 계획이다. 대우조선 인수에 앞서 부실이 없는 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현장 실사에 대비해 서울 다동 사무소와 옥포조선소 출입문에 실사저지투쟁단을 배치하는 등 강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또 한번의 노사 대치가 펼쳐질 전망이다. 

해외 기업결합 심사가 가장 큰 난제로 꼽힌다. 경쟁 선박 수요국이 경쟁 제한성을 이유로 보수적인 심사를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만약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을 품을 수 없게 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병할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9%(현대중공업그룹 13.7%, 대우조선 7.2%)에 이른다. 양사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부문 점유율은 각각 60.6%, 72.5%를 차지한다. 탱커 시장에서도 현대중공업은 24%, 대우조선은 7%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각각 1,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경쟁 당국들로부터 견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조선사와 경쟁구도에 있는 중국의 결단이 현대중공업·대우조선의 해외 기업결합 심사 성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인수합병을 통해 세계 조선강국이 되겠다는 청사진을 펼치며 한국 경쟁사들을 따돌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2월 중국원양해운(COSCO)과 중국해운(CSCL)을 합병한 후 산하 조선업을 통합해 2016년 12월 중원해운중공을 세웠다. 연간 1155만CGT(표준 환산 톤수) 물량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곳으로 현재 조선업계 3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합병을 위한 국무원의 기본 승인을 받은 중국 1, 2위 조선업체 중국선박중공(CSIC)과 중국선박공업(CSSC)도 합병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합병으로 탄생할 업체의 연간 매출은 현대중공업·대우조선·삼성중공업을 합친 것보다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수주잔량도 7826CGT으로 대우조선·현대중공업(1만6989CGT)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조선사들은 올 들어 4월까지 누계 수주 실적에서도 중국에 밀렸다. 중국은 344만CGT(140척)로 1위를 기록했고 한국은 202만CGT으로 뒤를 이었다. 

이러한 리스크를 인식하고 현대중공업도 장기전에 대비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은은 국내외 경쟁당국 독과점 심사승인을 조건부로 내건 대우조선해양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20년 3월 승인완료’를 전제로 뒀다. 또 계약 체결일로부터 12개월 내 거래가 유상증자(산업은행 대상 신주 발행)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제하는 데 합의했다. 국내 기업 인수합병은 해외 승인이 걸려 있더라도 6개월 이상 시한이 부여되지 않는데 현대중공업은 1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장 실사를 마친 후 EU와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 10개국에 기업 결합신고서를 제출한다는 구상이다. 실사 결과에 따라 결합신고서 제출 국가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이탈리아 크루즈 조선소 핀칸티에리와 STX프랑스 합병도 순조로워 보였지만 경쟁 국가들이 독과점 문제를 제기하는 탄원을 내고 있다"며 "현중·대우조선 심사도 경쟁국 입장에선 빨리 처리해줄 이유가 없을 뿐더러 지켜보기만 하기엔 양사의 점유율이 높다
"고 평가했다. 

한편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의 이날 주총 결의는 무효라며 향후 법적 분쟁을 예고했다.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이 당초 임시 주총 장소였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한 것에 대해 성명을 내고 "현대중공업은 개최시간을 이미 경과한 이후에야 당초에 통지했던 주주총회 장소를 울산대 체육관으로, 개최시각도 최초 통지와 달리 오전 11시 10분으로 변경해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마음회관에서 변경된 장소로의 이동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부 주주들만을 미리 울산대 체육관에 모아서 의결처리 하려는 것으로 무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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