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2X 통신방식 복수 필요"…컨트롤 타워·투자 유치할 규제완화 절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국내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수준이 규제에 발목 잡혀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꾸준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 2.5단계 수준의 기술력에서 정체된 상태라는 것이다. 이런 정체를 벗어나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추격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열린 '자동차산업발전포럼-5G 시대 개막과 자율주행차'에서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기술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증환경 테스트 기회를 획기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 현대모비스의 도심 자율주행차 M.Billy가 서산주행시험장 내 첨단시험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현대모비스


정부가 지난해 화성 'K시티'를 비롯해 전국 일부지역에 실증단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도로 환경은 자율주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고 '차량·사물간통신(V2X)'도 안정성 확보를 위해 복수의 통신방식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상용화 직전 단계에 해당하는 2.5단계의 자율주행은 확보를 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기술력과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가 구심점을 갖고 필요한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서가 없고 규제완화도 더뎌지고 있어 정채된 상태라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기술 수준에서 미국을 100점으로 봤을 때 중국은 85점, 우리나라는 80점에 그쳤다.

업계는 당장 내년 선진국에서부터 완전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조차 지난 28일 스타트업 네오릭스가 배달용 자율주행차 양산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2020년 1890억달러(약 224조원)에서 2035년 1조1520억달러(약 137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자율주행차 기술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포럼에서 "2020년 초반부터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시장이 형성되고, 2025년 신차 중 7%, 2035년 신차 중 절반이 자율주행차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선두권에서 떨어진 경쟁자 그룹이고 그 중에서도 하위권이다"고 했다.

포럼에 참석한 곽수진 자동차부품연구원 정보융합연구센터 팀장은 국내 자율주행차 수준이 낮은 이유로 '실증환경 규제'를 꼽았다. 

그는 "국내 자율주행차 수준을 논할 때 기술개발 영역은 잘되고 있는 편이지만, 실증 관련 문제가 해결해야하는 가장 큰 문제다"며 "미국, 일본은 일반 도로에서 실험이 가능하지만, 국내는 규제가 심해서 발전에 제약이 크다"고 밝혔다.

국내에도 자율주행차를 일반도로에서 실험할 수 있는 '규제프리존'이 일부 있지만, 대부분 도로에서는 지속적인 실험이 불가능하다. 

국내 법규상 자율주행차는 어린이·노인 보호구역에서 주행실험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자율주행차가 해당 지역만 돌아가거나, 주행 중 수동 모드로 전환해야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실험이 불가능하다.

곽수진 팀장은 "자율주행차 시범도로, 실험도시 등 스마트카 테스트베드 구축과 관련 기술, 부품, 시스템에 대한 국제 표준 마련에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자동차, ICT, 도로 인프라가 연계해 다양한 서비스를 발굴하고 법·제도 정비 실증을 위한 '실험도시'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만기 회장은 또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원천기술이 부족한 점도 지적하며 "AI 기술의 경우 2017년 미국대비 78.1% 수준이며 2016년 중국이 한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우리나라는 IT 서비스 강국이지, IT 기술·생산 강국이 아닌 것처럼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현대자동차가 엑시언트를 통해 대형 트럭의 고속도로 자율주행 시연에 성공했다. /사진=현대자동차


김준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동차안전실장은 "현재 일반 완성차 제조 분야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근접해 있지만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인 센서 분야에서는 미국·독일 등 선진국 기술 대비 30~8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에는 레이더(전파 이용 사물 감지), 카메라, 라이다(레이저 이용 사물 감지) 등 각종 센서가 촘촘하게 장착돼야 하는데 사실상 이 부품들을 제대로 만들어 낼 기술이 국내에는 없다는 것.

김준기 실장은 "라이다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카메라 인식 기술은 있지만 상용화할 수준의 사물 인식 기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통신망 기술분야에서 서비스로는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장비분야에서는 뒤쳐져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1가지 통신만을 고집하는 정부의 정책방향성문제도 지적이 나왔다. 

현재 국내 V2X는 '근거리전용무선통신(DSRC)' 또는 셀룰러 방식(C-V2X) 하나로만 지정하려고 하지만, 기술의 고도화와 안정성을 위해서는 복수의 통신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곽수진 팀장은 "최근 자동차 평균 수명은 16~17년이지만, 하나의 통신방식을 유지하는 기간은 통상 10년으로 차량과 통신망의 라이프 사이클이 맞지 않아서 오래된 차량의 경우 새로운 통신방식을 이용하지 못하는 '갭(gap)'이 발생한다"면서 "굳이 웨이브, C-V2X, 5G 중 하나로 할 것이 아니라 복수를 선택해 그 갭을 메울 고민을 해야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정부가 과감한 정책 개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준기 실장은 “기술 개발을 하려면 결국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의 R&D 세액공제율은 6~14%, 영국은 11%, 프랑스는 30%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에 대한 R&D 세액공제율이 2013년 6%에서 지난해 2%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현재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브랜드가 보유한 자율주행 기술은 2.5단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업들이 보다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는 것도 있겠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규제가 산적해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3단계부터는 실용화 단계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도로 테스트를 진행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에 데이터 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아이오닉을 통해 야간 자율주행테스트까지 마쳤고 꾸준히 R&D분야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 이상의 단계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규제완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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