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실사단, 대우조선 실사 진입 대기…노조 정문 봉쇄
현대중 노조 주총 후 첫 전면파업…거제 합류 가능성 ↑
   
▲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가 지난 달 24일 현대중공업 실사저지단 각문 비상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법인분할)이 가까스로 승인됐지만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두고 노사간 충돌은 거제에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인수합병을 위해 두 번째로 넘어야할 산인 옥포조선소 현장 실사를 저지하고 나섰다. 같은 날 물적분할 주주총회 이후 첫 전면파업에 돌입한 현대중공업 노조가 거제로 이동해 대우조선 현장실사단 저지에 동참할 가능성도 높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날부터 오는 14일까지 대우조선해양 핵심 생산시설인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현장 실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지난 3월 8일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인수 본계약을 맺은 현대중공업은 4월 1일부터 서류 중심 실사를 이어왔다. 당초 실사 기간은 8주였으나 현대중공업은 2주를 연장해 실사 기간을 10주로 늘렸다. 계획대로라면 10주째인 이번 주 조선·해양·특수선 현장 점검, 회사 관계자 면담 등 현장실사를 시작해야 한다.

현대중공업, 회계법인, 산업은행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현장실사단은 이날 오전 9시 20분께 버스를 타고 옥포조선소를 방문했으나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와 대우조선해양 동종사 매각반대 지역경제살리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 소속 시민단체 회원 등 400여명의 정문 봉쇄에 부딪쳤다. 현장실사단은 이날 오후 다시 진입을 시도할 예정이다. 

현장실사에 앞서 대우조선 노조 등은 실사단이 들어올 만한 출입문을 봉쇄하는 ‘실사저지훈련’을 하는가 하면 지난 4월 7일부터 옥포조선소 정문 앞에 천막을 설치하는 등 방어 태세를 철저히 세워왔다. 

현재 일부 노조는 정문 뿐 아니라 남문·동문 등에서 서로의 몸을 쇠사슬로 연결하며 실사단 진입에 대비하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는 “단 한명의 현대중공업 실사단의 출입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권력을 동원한 강제 실사를 강행하면 즉각적인 총파업 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대우조선 노조는 동종업체인 현대중공업으로 회사가 매각되면 엔진 등 겹치는 사업, 협력업체 등이 많아 인적 구조조정이 불 보듯 뻔하다는 입장이다. 또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인수를 진행하는데 불만을 품는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현대중공업은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사업 자회사 현대중공업으로 나뉜다. 존속법인인 한국조선해양은 산하에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4개 조선소를 거느리게 된다. 대우조선은 최대주주 산은과 현대중공업 지주 간 주식 교환으로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가 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합병을 반대하는 이유는 경영 측면이었으나 대우조선 노조의 경우 매각 시기에 반발하는 분위기”라며 “최근 부채비율은 줄어들고 있는 등 개선세를 보이는데 왜 지금이냐는 것이다. 또 현금이 아닌 주식 거래로 대우조선이 매각되면 대우조선은 얻는 것 없이 팔린다는 지적”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했다. 경찰은 10개 중대 500여명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정문 등에 배치했다.

같은 날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전 8시 30분부터 전체 조합원이 참여해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 백지화를 요구하는 전면파업을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은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물적분할을 위한 주주총회 개최가 어려워지자 울산 남구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장소를 변경하고 주총을 개최했다. 개최 시간도  오전 10시에서 11시 10분으로 변경했다. 이날 주총 승인으로 현재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중간지주회사, 존속회사)과 현대중공업(사업회사, 신설회사로 존속회사의 100% 자회사)으로 분할됐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총 변경사항에 대한 충분한 사전고지가 없었고 주주들이 변경된 장소로 이동 불가능한 시간으로 고지했다”며 “이동 편의도 제공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파업 투쟁과는 별도로 주총 무효소송 등 법적 투쟁에도 나설 의지를 밝혔다. 

야간 근무자까지 전면파업에 참여토록 한 노조는 파업과 동시에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노조 사무실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 중 일부 조합원은 현장실사단 저지에 동참하기 위해 거제지역으로 몰려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경찰은 본관 앞에 기동대 13개 중대 800여명을 배치하고 노조가 본관 진입을 시도할 경우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주총 당일 법원 검사인이 한마음회관에서 주총를 열 수 없음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또 유인물 등으로 주총 변경 사항을 알렸으며 울산대까지 갈 수 있는 버스 등 이동수단도 제공해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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