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축구에서 또 한 번 한-일전이 벌어진다. 이번에는 20세 이하 대표팀 간 맞대결이며, 무대는 U-20 월드컵이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 한국 축구는 반드시 일본을 이겨야 한다. 최근 2년 일본을 잇따라 꺾은 선배 대표팀의 기세를 이어 일본 격파에 앞장설 영웅은 누구일까.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오는 5일 0시 30분(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의 루블린스타디움에서 일본과 '2019 FIFA U-20 월드컵' 16강전을 펼친다.

   
▲ 일본전을 앞두고 정정용 감독이 대표팀 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일본의 맞대결, 빅카드가 뜻밖에도 16강전에서 성사됐다. 조별 예선에서 한국은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이른바 '죽음의 조'로 불린 F조에 속했다. 일본은 B조에서 멕시코, 이탈리아, 에콰도르와 싸웠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조별리그 통과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팀들과 예선리그를 벌였다. 한국은 포르투갈에 0-1로 졌지만 남아공과 아르헨티나를 1-0, 2-1로 물리치고 승점 6점(2승1패)으로 조 2위에 올랐다. 일본은 에콰도르와 1-1로 비긴 뒤 멕시코를 3-0으로 제압했고 이탈리아와 0-0 무승부를 거둬 승점 5점(1승2무)으로 조 2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아시아 국가 가운데 D조의 카타르와 E조의 사우디아라비아는 예선 탈락했고 한국과 일본이 16강에 살아남았는데, 공교롭게도 두 팀이 나란히 조 2위를 해 16강에서 격돌하게 된 것이다.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일전은 16년 만이다. 2003년 대회에서도 16강전에 만나 한국이 일본에 1-2로 졌다. 한국으로서는 16년 만에 설욕전을 벌이는 셈. 20세 이하 대표팀 간 역대 전적에서는 한국이 일본에 28승 9무 6패로 압도적 우위를 지키고 있다. 이번 대회 출전 대표팀의 객관적 전력에서도 한국이 일본보다 뒤질 것이 없어 선수들이 실수만 하지 않고 투지를 발휘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전망이다.

누가 일본을 상대로 시원한 골을 넣고 승리의 메신저가 될 것인지도 축구팬들에게는 관심사다.

최근 2년간 한국 축구는 일본을 상대로 기분좋은 승리를 잇따라 거뒀다.

A대표팀은 지난 2017년 12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4-1로 완승을 거뒀다. 일본의 심장 도쿄에서 열린 경기라 승리의 기쁨이 더 컸다. 그 경기에서 한국은 김신욱이 2골을 넣어 영웅이 됐다. 정우영이 1골을 보탰고, 일본의 자책골도 한 개 기록됐지만 사실상 염기훈이 넣은 골이나 마찬가지였다.

   
▲ 일본전에서 골을 넣은 김신욱, 이승우. /사진=대한축구협회


2018년 9월 1일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에서는 23세 이하 대표팀이 일본을 2-1로 꺾고 우승했다. 이 경기 승리의 영웅은 이승우와 황희찬이었다. 전후반을 0-0으로 비겨 연장전으로 넘어갔는데 이승우가 균형을 깨는 선제골을 넣었고, 황희찬이 추가골을 터뜨렸다. 이승우와 황희찬의 골 모두 와일드카드로 뛴 손흥민의 어시스트에 의한 것이었고, 이승우가 골을 넣고 광고판 위에 올라간 세리머니는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이제 2019년에는 20세 이하 대표팀이 일본을 꺾을 차례다. '젊은 영웅'이 될 후보는 많다.

일본도 부러워하는 이강인(발렌시아)이 있다. 스페인 라리가 1군 무대에서 뛴 경력이 있는 이강인은 이번 대표팀의 막내이지만 실질적인 에이스다. 예선리그 3경기에서 골을 넣지는 못했으나 한국의 공격은 이강인을 중심으로 전개됐고 좋은 결과도 냈다. 부드러운 볼 터치와 드리블, 돌파력, 킥력, 슈팅력을 고루 갖춘 이강인이 대회 첫 골을 일본전에서 기록한다면 '화룡점정'이 된다.

장신 공격수 오세훈(아산, 193cm)도 있다. 오세훈은 아르헨티나전에서 이강인의 크로스를 정확한 헤딩슛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뽑아냈다. 역대 한-일전에서 한국은 장신 공격수 카드로 재미를 많이 봐온 편이다. 2017년 동아시안컵에서 김신욱처럼 이번에는 오세훈이 일본에게 두려운 상대가 될 수 있다.

역시 아르헨티나전에서 골맛을 본 조영욱(서울)도 영웅이 될 자질을 갖췄다. 유일하게 2년 전 대회 때도 참가해 2연속 U-20 월드컵에 출전한 조영욱은 볼에 대한 집중력이 높고 몸싸움도 강해 일본 수비를 헤집을 수 있다.

물론 대표팀의 또 다른 선수가 얼마든지 영웅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남아공전에서 1-0으로 이길 때 골은 중앙수비수 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가 넣었다.

한국대표팀은 차분하면서도 활기찬 분위기 속에 일본전 준비를 하고 있다. 정정용 감독은 16강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16강전 상대일 뿐"이라며 선수들이 한-일전에 대한 지나친 부담감을 갖지 않도록 신경 쓰는 발언을 하면서도 "최선을 다한 준비과정을 통해 원하는 결과(승리)를 만들어내겠다"고 일본전 필승을 다짐했다. 

5일 새벽 통쾌한 일본전 승리 소식을 전할 한국의 영웅은 누구일까.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