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권사 중 세 번째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KB증권이 발행어음 판매를 시작한 지난 3일 원화 5000억원어치를 ‘완판’시키며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된 데다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에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하는 발행어음에 대한 금융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으로 분석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의 원화 발행어음이 출시와 동시에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3일 발행한 원화 5000억원 어치의 발행어음이 불과 하루 만에 완판됐다고 지난 4일 밝혔다. 

   
▲ 사진=KB증권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회사의 자체 신용으로 어음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약정 금리로 원리금을 지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을 의미한다. 금융 소비자와의 거리가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멀게 인식되는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통로’의 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다. 현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만 발행어음을 취급할 수 있다. 

이번에 새롭게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KB증권은 원화 5000억원, 외화 500억원의 발행어음을 발행하며 이달부터 본격적인 단기금융 영업에 돌입했다. 이번에 나온 상품의 경우 1년 만기 약정식 발행어음은 연 2.3%, 적립식은 연 3% 금리(수익률)를 지급한다. 개인고객 선착순 1만명을 대상으로 연 5.0% 금리를 1년 약정기간에 제공하는 특판 발행어음도 함께 내놨다(월 50만원 한도).

발행어음 상품에 고객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저금리 시대가 고착화 되고 기준금리 추가인하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곳에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B증권 측의 한 관계자 역시 “최근 금리 수준이 워낙 낮게 형성돼 있다 보니 발행어음 상품의 금리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 5.0% 금리의 특판 발행어음은 증권사 입장에선 수익이 나지 않는 상품이지만 ‘이벤트’ 측면에서 시선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수행했다. 아울러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점증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의 늪에 빠진 것도 상대적으로 발행어음의 매력도를 높였다. 

물론 증권사가 내놓는 발행어음 상품은 은행 예·적금과 같은 ‘예금자보호법’의 대상이 되지는 않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는 있다. 다만 해당 증권사가 파산하지 않는 한 원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KB증권은 올해 총 2조원의 발행어음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운용자산이 확보되는 대로 2차 판매에 나설 계획이며,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기업대출·부동산금융 등에 투자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의 발행어음 ‘3파전’으로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더 많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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