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0년 내에 셰일 시추 어려워…기술·물 부족
美 경상 적자 7000억원…석유 자급시 86% 상쇄
[미디어펜=나광호 기자]"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을 계기로 '미국은 지는 태양, 중국은 뜨는 태양'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바로 그 날 북부에 있는 노스다코타 베켄 지역에서 셰일이라는 '대박'이 시추됐다."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는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회관에서 열린 미디어펜 주최 '미국의 셰일혁명과 대한민국의 전략' 산업비전포럼에서 "조지 미첼이 상용화시킨 프래킹(고압파쇄) 공법은 지하 3km로 파이프를 넣고 수평으로 뻗어 고압의 액체를 분사, 셰일을 빨아들이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 대해 "미국은 석유가 남아돌지만 중국은 석유를 수입하는 상황인데 누가 이기겠는가"라면서 "중국에도 지하 4~5km에 셰일이 있고 미국보다 많지만, 사막에 분포해있고 기술·물이 부족해 20년 내에는 본격적인 시추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7000억원 가량이지만, 석유 자급시 6000억원을 상쇄할 수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경우 흑자전환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재생에너지가 주목받고 있지만, 석유는 전기만 켜는게 아니라 옷·공산품 등을 만들 수 있는 마스터 에너지"라면서 "태양광으로 이런 것 만들 수 있나"라고 했다.

   
▲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가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회관에서 열린 미디어펜 주최 '미국의 셰일혁명과 대한민국의 전략' 산업비전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 대표는 "셰일혁명은 지극히 미국적인 현상으로, △시추 실패시 야반도주하는 '프래커'들의 '양아치 기질' △파산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상당한 자금력·기술 △경영·경제학적 마인드 등이 종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스다코타의 최근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0%로, 맥도날드에 가면 '근로계약서에 사인하면 삼성전자 32인치 평면TV를 준다'는 문구가 붙어있다"며 "셰일혁명은 10년도 안 된 사건이지만, 국제정치·경제를 바꿔놨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 사람들은 다 픽업트럭을 타고 다니는데 이러한 현상을 빨리 캐치했다면 현대자동차가 트럭을 만들었을 것"이라면서 "미국 내 발전소를 석탄에서 가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기료가 하락했고,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과 비슷한 경제성을 보이게 되면서 제조업도 되살아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미국이 200년간 쓸 수 있는 석유와 100년간 사용가능한 가스가 미국 내 매장됐다고 추정됐지만, 최근 로키산맥에도 석유가 묻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대 500년 분량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1973년 이래로 미국 항공모함 2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켰다"며 "미국이 수입하는 석유의 10%, 한국과 일본으로 들어가는 석유의 70%가 그 곳을 통과했기 때문이지만, 2016년 8월에 2대가 저곳에서 나오면서 동해바다로 투입 가능한 항모가 3척으로 늘어났다"고 설파했다.

   
▲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회관에서 미디어펜 주최로 '미국의 셰일혁명과 대한민국의 전략' 산업비전포럼이 열렸다./사진=미디어펜


그러면서 "미국은 지금까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막았지만, 이제는 경우에 따라 막는다는 전략"이라면서 "이걸 육지로 돌파하겠다는게 중국의 '일대일로'지만, 육지를 통한 수송은 21세기에 맞지 않는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미중 패권분쟁을 주제로 하는 서적 및 기사 등을 들어 "미국의 싱거운 승리로 끝나게 될 것"이라며 "중국은 강대국이 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들인 인구통계학·정치학·경제학·지정학적 여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특히 "셰일혁명 이후로 고립주의로 돌아가자는 의견과 비용을 받고 개입하자는 비중이 각각 36%씩으로 집계되는 등 미국 내 여론에 변화가 일어났다"면서 "'세계의 경찰' 역할을 유지하자는 것은 28% 수준으로, 어떤 경우에도 주한미군이 나가지 않을 확률로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로버트 카간이 쓴 'The JUNGLE GROWS BACK)'에 보면 미국은 지구촌을 정글에서 정원으로 바꾸고 정원사의 역할을 했으나, 앞으로는 다시 정글로 돌아가게 내버려둘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우리는 그간 미국이 북한·중국 같은 '잡초' 잘라서 편하게 지냈으나, 이런 상황이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는 규칙도 심판도 없으며 착한 아이들에게 상도 주지 않는 국제적인 정글"이라는 딘 애치슨의 발언을 인용, '선량하면 된다는'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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