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장·동성애·광주·막말’에 외연확장 한계…대안정당化로 ‘승부수’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30%대 콘크리트 지지세력만 가지고서는 안 된다. 넓혀야 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황교안X2040 미래찾기’ 토크콘서트에서 “중도라고 하는 분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 (한국당으로) 오라고 끌어당겨 봐야 오지 않는다. 스며 들어가는 노력이 우선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다가올 총선 승리, 나아가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외연 확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황 대표 본인도 아는 것이다.

황 대표 말마따나 정치권 안팎에서 한국당을 바라보는 시각은 ‘일단 집토끼는 잡았는데…’로 모이는 게 현실이다. 이는 황 대표가 자초한 부분이기도 하고, 당내에서 벌어진 일련의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5월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STOP(스톱)!, 국민이 심판합니다’ 집회에 참석했다./자유한국당


줄곧 “정치 경험이 일천하다”는 말로 자신을 소개해 온 황 대표는 이제 보수 정치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 됐다. 차기 대권 구도에서 진보 진영의 이낙연 국무총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황 대표가 입당 후 본격적인 정치인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지리멸렬했던 한국당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국민 속으로’라는 기치를 내건 민생 투쟁 대장정은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극대화한 ‘정치적 이벤트’로 분석된다. 18일간 4000km 이상 전국을 순회하며 민심을 청취한 일정 중 약 3분의 1 이상이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영남권에 집중돼 있었다는 사실이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는다. 사실상 대선주자급 행보를 보인 황 대표의 정치적 위상은 지지층 사이에서 크게 올라갔다.

이 과정에서 ‘유하다’는 지적을 받던 황 대표의 말본새도 거칠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한다”(4월 20일 광화문 집회), “촛불 독재가 우리 경제를 태웠다”(5월 3일 페이스북) 등 그동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지지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는 평이 나왔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월 23일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육군 3사단을 방문해 GP(감시초소) 철거현장으로 향하고 있다./자유한국당


그러나 문제도 따랐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대표가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서 합장을 안 한 점이 논란으로 불거졌고,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한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5·18 망언’ 징계를 마무리하지 않은 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는 시민에게서 물세례까지 받았다. 자연스레 ‘외연 확장의 한계점’으로 꼽힐 만한 장면들이다.

최근에는 정용기 정책위의장, 한선교 사무총장 등 당내 주요 인사들로부터 ‘막말 파동’까지 빚어졌다. 황 대표는 즉각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앞으로 또다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고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언행이 나온다면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군기잡기’에 나섰지만, 민심은 싸늘한 상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두 번의 말실수가 치명타가 되는 곳이 정치판”이라고 했다.

이에 황 대표는 비난 일변도의 양상에서 벗어나 ‘대안 정당’이라는 면모를 보이기 위한 ‘2020 경제대전환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했다. 지금까지 대여 공세를 통해 기존 지지층을 끌어모았다면, 이제는 정책 대안을 제시해 중도층의 마음을 흔들어보겠다는 복안이다. 황 대표는 지난 4일 2020 경제대전환 위원회 출범식에서 “국민께서 우리 당에 선뜻 지지를 보내지 못하는 이유는 정책 대안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대안 중심으로 논의 방향을 잡아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