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4년째 침체의 늪서 벗어나지 못해
가입 대상 넓고 세제 혜택 큰 일본 주목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출시 4년째를 맞이하고도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소폭이나마 ‘증권거래세 인하’라는 결과를 이끌어낸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특별위원회가 다시 한 번 업계와 시장의 목소리를 대변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출시 4년째를 맞이한 ISA의 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말 기준 ISA 누적 가입자는 약 214만 5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4만 5000명 늘어난 것이긴 하지만 200만~210만명 박스권에서 가입자 수가 고착되는 모습이다.

   
▲ 사진=연합뉴스


한편 누적 투자금액은 4월말 기준 6조 38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조 3585억원이나 급증했다. 쉽게 말해 기존 투자자들이 누적 투자금액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신규 유입은 정체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투자자 유입 경로는 은행이 전체 가입자와 투자금액의 80~90%를 차지하면서 업권 간의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다. 4월말 누적 기준 은행권 투자금액은 무려 5조 2297억원을 차지했다. 증권사는 8083억원, 보험업권은 5억원 수준에 그친 모습이다. 

침체가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ISA 살리기’에 돌입했다. 작년 세법개정안이 통과하면서 등장한 'ISA 시즌2'는 많은 기대를 모았다. 장기간(3~5년) 목돈을 묶어둬야 하는 기존 ISA를 개선해 납입금에 대한 수시입출금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 서민형 ISA(250만 원→400만 원)와 농어민 ISA(200만 원→400만 원)의 연간 비과세 한도를 늘린 점 등이 기대를 모았지만 드라마틱한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업계와 당국은 다시 한 번 ISA 제도의 대대적인 개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입 대상이 넓고 세제 혜택도 많은 일본의 ISA가 벤치마킹 모델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일본 ISA의 경우 가입 대상이 19세 이하 '주니어 ISA'와 20세 이상 성인이 가입할 수 있는 일반형 ISA와 적립형 ISA로 구분돼 가입대상 폭이 상당히 넓다. 

세제혜택 측면에서도 일본의 ISA가 한국 상품보다 유리하다. 일본 ISA는 모든 순이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ISA는 일반형 기준 연간 200만 원 순이익까지 비과세, 이후 초과금액에 대해서는 9.9% 분리과세를 적용하고 있어 혜택의 폭이 좁다.

ISA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의 움직임은 자본시장특위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특위는 최근 자본시장활성화 대책 중 하나로 ISA 제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세 당국과의 조율이 관건이겠지만, 집권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경우 개선의 폭은 얼마든지 열려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행 ISA 제도에 대한 문제점은 업계와 특위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면서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과세당국과 협의에 임한다면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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